▲ 크리스마스인 25일 시민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 독거노인은 쓸쓸히 공원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8년째 혼자 고시원 살아
식사 걸러 ‘고독사’ 할 뻔
다정한 가족 보면 ‘아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가족과 함께 웃고 기뻐해야 할 연말. 하지만 독거노인에겐 오히려 더 쓸쓸한 날이었다. 25일 기자와 만난 8년째 고시원에 산다는 김병국(83, 서울 은평구) 할아버지는 연말이면 늘 겪는 일이라고 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뻔도 하지만, 그래도 오순도순한 가족을 보면 여전히 마음 한 편은 아련하다고 한다.

“예전엔 가족이랑 함께 보냈던 적도 있었는데…. 괜히 같이 살면 며느리나 아이들에게도 폐 끼치는 거니까. 차라리 혼자인 게 편해.”

김 할아버지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가 혼자 산 건 벌써 20년째다. 처음엔 찜질방에서 설비 수리를 해주며 숙식을 했다. 그러다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이곳 고시원에 들어왔다. 고시원의 방세는 월 25만원. 기초연금 20만원에 노인 일자리로 번 수입(월평균 15만원)을 합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35만원이다.

방세를 내고 나면 10만원이 남는다. 그 돈으로 휴대전화 요금, 식비, 교통비(버스)를 내고 나면 주머니는 금세 ‘텅텅’ 빈다. 그나마 인근 복지관에서 조금씩 생필품을 챙겨주고 있어 올 겨울은 조금 더 따뜻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함보단 덜 한 듯 보였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데. 그게 진짜 잔치지.”

평안북도 신의주가 고향인 그는 왁자지껄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 보였다. 1947년 15살이던 그는 외삼촌의 손을 잡고 남한(서울)으로 내려왔다. 당시 공산주의 체제로 인해 토지를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1차 숙청을 당했다. 김 할아버지의 가족도 포함됐다.

살기 위해 남한으로 내려왔고, 68년간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은 혼자다. 가끔은 그게 무서울 때도 있다고 한다. ‘고독사(孤獨死)’를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쯤 식사를 제때 못했던 그는 고시원에서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지인에 의해 발견됐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자신이 고독사를 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아찔했던 그때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근처에 사는 독거노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그럼 잘 시간이 되겠지? 하루가 그렇게 끝나.”

혼자이면 외로움이 더 커지는 연휴. 그런 쓸쓸함을 잊기 위해 그는 함께 시간을 보낼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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