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는 아픔…. 그 운명의 표식 같은 고뇌를 더듬거리며 털어놓는 음유시인 원태연 씨의 시집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그림처럼 맴돌고 싶었던, 바다처럼 스치고 싶었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사랑의 시어는 매서운 겨울을 감성으로 가득 채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감각적인 글귀와 파스텔 풍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어울려 또 하나의 ‘예술’을 창조해 낸다.

원태연 시인 특유의 무심한듯 외로운 언어와 아련한 기억의 편린들이 어우러져 그리움의 궤적을 그리다가 이내 심연 속 깊이 묻어 둔 감성을 폭발시킨다. 그것은 마치 치유할 수 없는 그리움이 가득 찬 전염병과 같다. 그 속에서 독자는 무뎌진 감정을 다시 더듬으며 잊었던 사랑을 추억한다.

그리고 아련함과 따스함이 뒤섞인 시어들이 훑고 간 자리에는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말의 울림이 남아 가슴에 잔잔하게 퍼져 나간다.

너의 목소리, 눈빛, 나를 만져 주던 손길, 머릿결// 부르던 순간부터 각인되어 버린 이름, 아름다운 얼굴/ 그렇게 시작되었던 어쩌면 재앙과도 같은 사랑/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사랑에 중독되어 갔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중)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작사가이자 영화감독인 원 씨는 “그저 시만을 생각하며 살아갔던 어느 날의 나를 그리워하며 재발간의 인사말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전한다.

다시 철없는 시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원 씨…. 그의 아름답고 순수한 시어의 향연에… 다시 얼굴을 묻는다.

원태연 지음 / 은행나무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