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딱하게도 북한은 불장난 하는 습성을 못 버리는 것 같다. 불장난이 자칫 큰 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북한군은 지난 27일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자기 측 수역에 해안포 사격을 퍼부어 잠시 우리를 긴장케 했다. 그것도 우리 대통령이 해외출장으로 나라밖에 있을 때 우리를 시험하듯 그런 짓을 저질렀다. 자기 측 수역에 탄착이 형성되게 한 것으로 보아 조심스런 도발로 파악은 되지만 그렇다 해서 그것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용인할 수는 없다. 우리를 향한 모험적 도발의도가 분명히 읽혀지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그들의 도발을 응징할 즉응(卽應) 태세는 물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를 시험하려드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지만 그들에게는 더욱 위험천만한 불장난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크고 작은 도발을 저지르고 있으니 이 들이 도대체 제정신인가. 우리 군은 이번 포사격에 대해 엄중항의하고 사태 발전에 대한 책임을 북한 측이 져야 함을 단호하게 밝혔지만 의연함과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는 조심스럽고도 제한적인 도발에 대한 적절하고 성숙한 모습의 대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안팎으로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난, 식량난, 체제난, 비핵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국제적인 규제와 인권유린에 대한 세계의 비난과 압력 등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답답해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핵을 버리느냐 마느냐,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나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에서도 그들은 기로에 서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핵을 지키고 핵무장을 강화해서 그것에라도 생존을 의존하고 권력세습의 명분으로 이용하려 하지만 이것이 그들 뜻대로만 되기에는 안팎의 정세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들이 화해의 몸짓을 보이다가도 긴장조성에 나서고 도발을 자행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 하는 것은 이렇게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고 전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순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정상적, 비이성적 수단을 동원해 통치를 해야 유지되는 체제라면 북한 정권의 수명이 길게 남아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인가. 그들은 초조하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 같은 초조함이 대화 기조 속에서 일어난 이번 해안포 사격에서와 같이 우리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이다.

작년 11월 10일 대청해전을 치르고서도 남북한 사이에는 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았었다. 그들은 우리가 주는 신종플루 백신과 옥수수 지원도 사양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임금협상, 개성공단 통행과 관련한 군사실무회감, 개성과 금강산 관광회담이 열렸거나 앞으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를 협박해 무엇을 더 얻어 내려는 것인지 해안포 사격을 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과거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그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것이 불만인가.

어쨌든 그들은 큰 착각 속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가 OECD(선진국개발회의)의 DAC(개발원조회의)의 회원국이 될 만큼, 세계 주요국 모임인 G20정상회의의 개최국이 될 만큼,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무기를 만들어 낼 만큼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제대로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같은 국가 위상과 저력 때문에 그들의 불장난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대비케 하고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위험한 불장난을 중단하지 않는 것은 그렇게라도 해야 당장의 체제가 유지되는 체제의 모순 때문일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깨우치게 하고 통일을 향해 한 민족으로서 포용하고 갈 것인가. 이것이 우리에게 던져진 큰 숙제다.

하여지간 국가 안보는 최고의 국가 경쟁력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이런 말이 있다. ‘편안하게 살 때 위태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것이 준비이고 준비돼 있으면 근심과 재난이 없다(居安思危 思危卽有備 有備卽無患).’ 그런데 우리는 너무 분열돼 있고 소모적인 내홍(內訌)에 시달리며 한 편으로는 지나치게 태평하지 않는가. 안보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다 잃는다는 것을 북의 이번 도발이 다시 일깨워 준다. 도발에 뒤따라가는 안보가 아니라 도발에 훨씬 앞서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누구든 우리에 대한 도발은 엄두도 못 내게 하는 정도의 대비는 갖추고 살아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대비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하고 더욱 강한 나라, 국제적위상이 더욱 확실한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