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이사장 일면스님이 18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직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일면스님이 학교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이사 전원 사퇴 약속 절차대로”… 성타스님 직무대행 지명
범동국인 비대위 “이사회 소집해서 새 이사장 선출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동국대 사태의 중심에 섰던 이사장 일면스님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 성타스님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일면스님은 이사장 임기 만료 하루 전인 지난 18일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일면스님은 ‘제38대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소임을 회향하며’라는 회견문을 통해 지금까지의 소회를 밝혔다.

일면스님은 “지난 3월 12일 혼란한 가운데 이사장에 취임해 학교 안정과 명문 사학으로 성장하는 중책을 수행하고자 했으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이사장 연임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개월간 심려를 끼쳐 드리고 화합으로 이끌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 모두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일면스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사장직을 물러났다. 직무대행 성타스님의 임기는 이사장을 선임할 때까지이다.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일면스님은 종립학교인 동국대를 개인소유물로 여기는 일부 부조리한 학교 운영 문제가 동국대 사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학교운영을 맡아 보니 문제의 근원이 종립학교를 개인소유물로 삼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됐다”면서 “이사장 재직동안 합리적인 운영 원칙을 세우고자 했으나 오랜 악습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았다”고 학교 운영의 폐단을 꼬집기도 했다.

이어 “저의 이사장 퇴진과 동시에 지난 9개월 동안 겪었던 혼란은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사장 직무대행 성타스님에 대해 “학식과 인품이 뛰어나고, 올곧은 수행자의 모습을 갖춘 분”이라며 “또한 이사 경험도 많다. 성타스님이 하면 다른 이사들이 다 따라 주지 않겠나 해서 지명했다”고 선임 이유를 말했다.

◆이사 퇴임 절차대로… 이사회 소집 관심 쏠려

일면스님은 이사진 사퇴와 관련 “(임원들과 협의를 통해) 성타스님이 이사회를 진행할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든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사진 자진 사퇴 약속을 한 명도 빠짐없이 이행해야 한다”며 “저도 순서가 정해지면 책임지겠다. 이사로서 순번이 정해진다면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탱화 절도 의혹에 대한 사퇴 압력은 스스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도 밝혔다. 스님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이사직을 사퇴하라는 압박은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면서 절도범으로 몰고 갔던 교수, 학생 등 학내구성원들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끝으로 일면스님은 “이사회를 열지 않는다는 의혹 제기와 유언비어, 모함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가슴에 다 담고 이사장 연임의 미련을 버리겠다”면서 “자신에 대한 비난 등 각종 의혹과 말들이 확대재생산 되지 않기를 거듭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종관위)는 지난 8일 이사진 전원의 사퇴 결의와 관련해 “지혜로운 해결과 공동의 책임을 인식한 것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종관위는 성타스님이 이사장 직무대행자로 지명된 만큼 새로운 이사진 추천 절차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 법인사무처도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 사퇴 결의와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대 이사는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9명은 일반이사로 종단 추천을 받으며, 4명은 개방형이사로 개방형이사추천위원회 추천으로 선임한다. 종관위는 동국대의 요청을 받을 경우 ‘종립학교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쳐 새 이사 후보를 복수로 추천한다.

내년 3월 중앙종회가 열릴 예정인 만큼 동국대 이사회는 당분간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며, 새 이사회 구성과 학교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일 동국대 정상화를 위한 범동국인비상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이사장 직무대행 성타스님은 바로 이사회를 소집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성타스님이 이달까지 지체 없이 이사회를 소집해 ‘임원 자진 사퇴 결의’ 이행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합의해야 한다”며 “이사장을 합법적으로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면 논란의 소지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여를 끌어온 동국대 사태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사장 직무대행 성타스님과 이사진, 조계종 종관위가 어떠한 해법을 제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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