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편한한의원 이준원 원장

직장인 정민기(31, 가명) 씨는 최근 회사에서 업무량이 늘어나 잦은 야근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앓고 있던 알레르기성 비염의 두통, 재채기, 코막힘 증상이 심해져 한의원을 찾게 됐다. 최근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 일거라는 정 씨의 예상과는 달리 한의원에서는 정 씨의 병을 단순한 콧병이기 이전에 장과 관련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혼자 사는 정 씨가 매일 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사를 하고 그마저도 불규칙적으로 섭취한 습관이 문제였다.

장이 살아야 코가 산다

장이 살아야 코가 산다는 말을 처음 들으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신체 내부의 장(腸)은 음식물의 소화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또, 흔히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하면 자신의 코 점막과 맞지 않는 물질이 들어왔을 때 코와 기관지 점막이 일으키는 과민반응으로 콧물, 코막힘, 재채기 증상이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서 여과기능을 하는 코에서 주 증상들이 나타나기에 ‘콧병’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보는 우리 몸의 각각의 장기는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것이기 이전에 서로 긴밀하고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코의 호흡기능과 장의 소화기능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고대 의서인 ‘설기의안’과 ‘증치준승’에서도 ‘비위, 즉 비장과 위장 등 소화기가 상하면 기혈이 생기지 않아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즉, 장과 같은 소화기는 호흡기인 코의 어머니가 되는 것으로 식탁의 메뉴는 코 질환의 원인이자 치료약이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코와 장의 관계에 대해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중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코 삽입 약을 갖고 치료했는데도 증상이 진전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항원 물질 외에도 남달리 환경의 변화나 정서적 자극, 음식섭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민성 체질이거나 가공 식품을 많이 섭취하거나 식습관이 불규칙한 것 등 장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예민해진 장은 체내로 들어온 유해물질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결국 과민하게 반응해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건강한 장 위한 생활수칙

코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이 건강해야 한다. 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생활수칙을 살펴보면, 우선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스턴트 식품은 되도록이면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가공 식품은 안 좋은 기름과 식품첨가물, 향신료 등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교란시킨다. 또,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나 과식 등 불규칙한 식습관은 장에 부담을 준다.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적당한 양을 천천히 해야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늦게 자면 포도당만을 사용하는 뇌와 심장이 계속 활동하기에 항상 배가 고파진다. 식후 활동량이 적으면 음식물이 소화기관에 남아 있어 장에도 과도한 스트레스가 된다. 때문에 적당한 운동으로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코편한한의원 분당서현점 이준원 원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식생활과 식습관을 생각해보면 누구든지, 언제라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예비부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불규칙하고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로 인해 장의 면역력이 떨어져 악화된 비염일 경우에는 단기간의 치료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활습관을 바로 잡고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면 반드시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비염의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집중력 저하로 학업과 업무의 능률이 떨어지고 외모도 소위 바보 얼굴이라고 하는 돌출형 입(아데노이드형 얼굴)이 될 수 있기에, 조기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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