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행정중심도시 특별법 개정안’ 등 5개의 세종시 관련 법안을 관보를 통해 입법예고하자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정국의 기상도가 눈에 띄게 탁해졌다.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법안까지 포함해 세종시 수정안은 모두 6개의 법안으로 구성되는데 20일 간의 의견 수렴기간을 거친 뒤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친 뒤 국회 이송을 기다리게 됐다.

여권의 계파 간 갈등도 문제지만 여야의 대결 구도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세종시 수정 문제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세종시 수정문제는 우선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이 수면에 노출된 뒤 갈등의 수위가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친이계 대표주자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회의에서 “헤겔은 ‘역사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로 발전한다’고 했다”면서 “정반합의 치열한 투쟁과 토론이라는 변증법적 논리에 따르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시끄럽다고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해가서도 안 된다”며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책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워낙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이를 공적인 토론에 붙일 경우 같은 식구끼리 감정의 앙금만 남기고 결론 없는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해 당내 토론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는 한나라당 내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는데 친이계 의원들은 대부분 참석한 반면,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성향 의원 11명은 불참했다.

이날 친박성향 의원들은 ‘해외출장, 지역행사 때문에 오지 못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뜻을 ‘참석거부’로 표현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교육과학·첨단기업으로 점철된 ‘새로운 세종시’ 건설로 인해 첨단의료복합단지와 혁신도시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대구시에 차질을 우려하는 지역 여론도 이날 총리 초청 오찬 자리에 의원들의 발걸음을 막았다.

한편,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새로운 세종시’를 놓고 각기 다른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진다.

3월쯤 국회로 ‘세종시 수정안’이 넘어오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본회의에서 ‘표 대결’이 성사될 경우 수정안 통과는 친박계 의원들과 야당이 거부할 경우 불가능해 보인다.

이 경우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추진’을 하던 여권의 핵심인사들은 씻을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고 곧바로 레임덕으로 이어질 전망이지만 반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박 전 대표가 입을 상처도 치명적이다.

2월 중으로 수렴되는 여론이 ‘세종시 수정’에 대해 계속해서 회의적일 경우 수정을 추진하는 한나라당 내 친이계는 ‘의석’으로 따져봤을 때 소수에 해당된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추진하자는 여권 일각의 목소리도 있지만 국회처리도 안 되고 국민투표도 좌초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수정안 포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있다.

국회처리, 국민투표, 수정 포기 선언도 없을 경우 국회의 ‘장기미제’ 문제로 표류하다 차기 대권후보들에게 이 문제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여권 주류와 친박계 및 야권 등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9부2처2청 대신 3~5개 부처 이전으로 대타협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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