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수니파 이슬람권 34개국이 ‘이슬람 연합군’을 만들어 테러리즘에 대응키로 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킹 살만 공군기지에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이슬람권 34개국이 반테러 이슬람 연합군을 결성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 34개 국가는 모두 수니파 이슬람협력기구인 OIC 회원국으로 요르단,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대거 구성됐다. 이들의 군사 작전을 지휘하고 지원할 합동작전센터는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설치된다.

사우디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국영 SPA통신을 통해 공동성명에서 “테러리즘을 뿌리 뽑기 위해 이슬람 연합군을 구성했다”며 “모든 테러 조직으로부터 이슬람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 동맹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번 연합군 결성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군사동맹이 명분이지만, 사우디가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견제하는 동시에 수니파의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시아파의 큰 주축인 이란과 이라크와는 어떠한 협력 논의 없이 배제한 채 수니파 국가끼리만 결성한 데다 특히 테러조직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이 더욱 이 같은 의도에 힘이 실린다.

수니파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의 테러조직뿐 아니라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까지 테러조직으로 지목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연합군 결성이 시아파 이란의 세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수니파의 결속을 다지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는 이유다.

수니파 이슬람권 국가들의 이 같은 행보에 시아파 국가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사우디와 이란은 앞서 지난 9월 발생한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압사 참사로 인해 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당시 사고 이후 당사국인 사우디는 사망자 숫자를 실제보다 낮게 발표해 이란으로부터 감춘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란은 사우디에 이슬람 성지메카를 관리할 능력과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사우디도 사고 원인을 이란 순례객의 탓으로 돌리면서 서로 음모론을 제기하며 맞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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