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서울시, 기간·장소 높고 갈등 증폭
시민들도 찬반 대립 팽팽 “애국심 고취 vs 북한 느낌”

▲ 광화문 광장에 설치될 계획이었던 태극기 계양대 (사진출처: 보훈처)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국가보훈처와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양측 모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시민의 애국심을 고양하기 위해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그 기간과 장소를 놓고선 대립선이 뚜렷하다. 보훈처는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영구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서울시는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정부시설 부지 내에 둬야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태극기 영구 게양을 찬성하는 시민들은 국민의 나라 사랑 정신을 높이고, 외국인에게 더 의미 있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신아현(16, 서울 금천구 독산동)양은 “학생들은 학교에 가거나 국경일이 아니면 태극기 볼 일이 거의 없다”며 “이런 명소에 큰 태극기가 있다면 애국심도 생기고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광화문 광장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김홍협(75, 남,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씨는 “광화문 광장은 지자체 소유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소”라면서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설치하는 일인데 시대에 역행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는 곽이슬(25,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씨도 “해외는 유명한 곳에 국기가 걸려 있는데 전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광화문은 외국인이나 지역주민이 서울에 오면 꼭 들리는 장소인 만큼 이곳에 태극기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렌드마크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태극기 게양대의 크기가 너무 크고 취지에 부응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는 높이 45.815m의 게양대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 하단엔 태극기 이미지를 물줄기에 투영시킬 워터스크린을 설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이디 ‘conm****’를 쓰는 네티즌은 “그렇게 커다란 국기를 보면 마치 북에 커다란 북한기 달아 놓은 것처럼 거슬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지웅(가명)씨도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없는 애국심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조형물심의위원회 논의에선 워터스크린 설치 시 관리 및 활용도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7개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 국기 반대 박원순 규탄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같이 태극기 설치를 놓고 벌어진 논쟁은 이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7개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 광장 국기 반대 박원순 규탄회견’을 열고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떼천막은 허락하면서 미관이나 안전을 핑계로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지 말라는 박원순 시장의 판단과 행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쟁이 일어난 것은 양측이 허술하게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훈처는 상설 설치를, 서울시는 한시적 설치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기간에 대한 내용이 MOU 내용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든 행정구제 노력을 강구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 국가 상징인 태극기가 반드시 게양되게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도 보훈처 보도자료에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내고 “태극기 게양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선진국가의 도시 한 중심에 초대형 국기게양대를 상시 설치한 사례가 없다는 점 ▲광복 70주년이 지나서까지 설치하면 시민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경복궁과 광화문이 위치한 점을 고려할 때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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