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안무가 김영순 예술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는 1988년 뉴욕에서 ‘화이트 웨이브(WHITE WAVE) 김영순 무용단’을 창단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988년 무용단 ‘화이트 웨이브’ 창단
덤보 댄스페스티벌, 뉴욕 5대 댄스축제
미국 BAM 초청공연작 ‘Eternal NOW’
빠르면 내년, 한국 공연 계획 있어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춤은 춤이어야 한다. 안무가는 자신의 춤사위를 통해 내면에 담고 있는 철학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무용동작 하나하나 근육 하나하나의 섬세한 움직임이 관객의 감성을 자극시킨다. 그리고는 이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몸은 움직임의 도구가 된 듯하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안무가 김영순 예술감독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만남이었다.

김 감독은 국내에서보다 국제무대에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현대안무가이다. 그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한 후 1977년 마사 그레이엄 댄스스쿨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세계 각국 무용수들과 함께 수학했다. 그리고 뉴욕에서 그의 무용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88년 김 감독은 뉴욕에서 ‘화이트 웨이브(WHITE WAVE) 김영순 무용단’을 창단하고, 그해 겨울 서울올림픽 현대무용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김 감독은 무용단 창단 후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통해 미국은 물론 한국·대만·중국 등 아시아를 오가며 60여개에 이르는 레파토리를 선보였다.

▲ 김영순 예술감독 (사진제공: 화이트 웨이브)
그의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항상 새로운 것을 보면 현대무용과 어떻게 접목시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머릿속에 그려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열정을 품은 도전이다. 그런 그의 도전정신이 또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새로운 춤과 안무를 맘껏 보여주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누구에게든지 열어놓은 것. 바로 ‘덤보 댄스 페스티벌’이다. 덤보 댄스 페스티벌은 200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5회째를 맞았으며, 지난 10월 8~11일까지 댄스 축제가 펼쳐졌다.

김 감독은 “기량을 펼치고 싶어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무용가들, 경험부족과 탄탄한 백그라운드를 쌓지 못한 신인 무용가 또는 안무가들이 다양한 춤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덤보 댄스 페스티벌을 이끌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덤보 댄스 페스티벌은 현대안무가들이 뉴욕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올해는 메트로폴리탄 및 미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진 현대안무가 및 75개 무용단, 325명의 퍼포밍아티스트들이 캐나다·헝가리·한국·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참가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자랑했다.

뉴욕에서는 수많은 페스티벌이 매주 개최되고 있는데, 그중 덤보 댄스 페스티벌은 뉴욕을 대표하는 5대 무용축제로 손에 꼽히며, 언론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김영순 감독이 이끄는 무용단 화이트 웨이브는 2013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공연예술센터 중 하나인 BAM(Brooklyn Academy of Music)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고 초연으로 ‘Eternal NOW(70분)’를 선보였다.

김 감독의 작품관은 뚜렷하면서도 명쾌하다. 그는 “춤은 춤이어야 한다. 이게 내 철학이자 작품관”이라고 말한다. 듣는 이로서는 알 것도 같지만 섣불리 이해했다고 답하기도 조심스러운 말이다.

“안무가는 춤사위를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내면의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전해졌을 때에 관객은 감동을 받고 나아가 현대무용을 이해하게 된다”고 김 감독은 설명한다.

이어 그는 “안무가들에게는 책임이 있다. 겉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는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책임”이라며 현대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 ‘화이트 웨이브(WHITE WAVE)’ 무용단의 작품 ‘Eternal NOW’의 한 장면 (사진제공: 화이트 웨이브)

즉 마음에 와 닿는 작품, 감동을 주는 작품은 다름 아닌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란 것이다. 바로 안무가로서 김 감독이 느끼는 책임감이다.

김 감독은 사람들로부터 ‘현대무용은 어렵다’라는 말을 가끔씩 듣는다고 한다. 그럴 때면 그는 두 가지로 설명해준다. 작품을 이해하려고 하는 부담감을 먼저 갖지 말고, 마음 문을 열고 편안하게 느껴보라고… 그리고 몇 번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순 감독은 빠르면 내년 쯤 BAM에서 공연했던 ‘Eternal NOW’란 작품으로 국내 현대무용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Eternal NOW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열망을 시각적으로 자극하면서, 친밀하고 아름다운 동작을 통해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 ‘화이트 웨이브(WHITE WAVE)’ 무용단의 작품 ‘Eternal NOW’의 한 장면 (사진제공: 화이트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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