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으로 치닫는 男女… 여혐 VS 여혐혐 ⓒ천지일보(뉴스천지)
한남충·씹치남, 신조어 급증
“되갚아주는 방식, 갈등 증폭”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이성(異性) 혐오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치녀’ ‘된장녀’ 등으로 여성들을 비하해 온 일부 남성들의 악성 댓글에 대해 그동안 침묵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메르스가 국내를 강타했던 지난 5월 한국인 격리대상자 가운데 여성 2명이 격리 요구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당시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 게시판은 “김치년들 완전 무개념 어이없다” “김치년들 추방하라” 등 여성 비하 글로 도배됐다. 그러나 이 언론 보도가 오보로 밝혀졌고 많은 여성은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8월 설립된 사이트 메갈리아(소설 ‘아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 갤러리’를 합쳐 만든 이름)는 미러링 방식으로 ‘여성 혐오’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거울처럼 상대방의 언행을 똑같이 따라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치남’ ‘강된장남(여성을 비하하는 된장녀에 맞선 표현인 된장남의 진화형)’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한 표현)’ ‘숨쉴한(일베 등에서 사용하는 ‘삼일한(여성은 삼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에 맞서 남성은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한다고 뒤집어 공격하는 말)’ ‘씹치남(비하를 의미하는 ‘씹’에 김치를 더해 만든 단어로 한국 남성을 지칭)’ ‘갓치(온라인 공간에서 최상급 표현으로 쓰는 ‘God’에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를 더해 뒤집은 말)’ 등의 단어를 만들어 냈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12월 1일까지 유명 온라인 메이저 카페와 블로그, 트위터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온라인상 남녀 상호 비방은 지난 6월에서 8월 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성 혐오 신조어는 지난 5월 2건에 불과했으나 6월에는 7596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데이터상으로는 여성 혐오와 관련된 언급이 남성 혐오보다 훨씬 더 많은 상태다. 201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블로그(6억 4992만 6092건)와 트위터(78억 1947만 6137건)를 분석한 결과, 여성 혐오가 언급된 횟수는 월평균 8만회로, 월평균 1만여회로 집계된 남성 혐오 언급 횟수의 8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혐오를 혐오로 되갚아주는 방식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김엘림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은 “페미니스트의 주된 목적은 평화롭고 평등하고 모두가 상생의 발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폭력에 폭력으로, 혐오에 혐오로 대항하는 것은 심한 갈등을 유발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혐오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관계가 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강해지고 가부장적 사회가 해체되면서 남성에 의한 여성 혐오가 강하게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병역 문제 등으로 인해 여성 혐오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에 따라 구분하기보다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중시하고 그에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여성발전기본법은 이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었고, 여성가족부도 부처 이름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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