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의 2013~2015년 1~11월 국내외 판매 실적. 한국지엠은 미국 본사 제너럴 모터스(GM)의 정책에 따라 지난 2013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 이후 생산과 판매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반면 미국 생산 차량인 임팔라 등 수입차량은 늘려가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지엠) ⓒ천지일보(뉴스천지)

엔진·디자인 전문가 포함 희망퇴직
한국 생산물량 줄이고 수입산 늘려
한국지엠, 구조조정 전문 CEO 선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은 생산 비용이 높다. 제너럴모터스(GM)의 호주 철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GM은 호주에서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지속해오다가 결국 지난 2013년,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차량 생산을 2017년까지만 하기로 했다.

지난 9일 기자가 만난 산업계 연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GM 임원 6명을 직접 만나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GM의 파산을 예측하기도 한 이 관계자는 최근 한국지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GM의 한국 철수를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최근 한국지엠은 ‘차량개발 핵심임원을 포함한 인원 감축’ ‘국내 생산 모델 단종·물량 축소’ ‘해외 생산 모델 수입 판매’ 등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GM은 파산 이후 미국 정부 주도 하에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한국GM에 대해서도 점차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지속되는 인원 감축

▲ 2013~2015년 1~11월 국내외 판매실적 (자료제공: 한국지엠)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지엠은 지속적인 인원 감축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지엠은 팀장급 이상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라고 알리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 사무직 직원들과 현장 감독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2011년 12월 말 이전 입사자이며, 신청은 14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특히 올 상반기 한국지엠에서 파워트레인을 담당했던 박병완 한국지엠 부사장과 디자인을 담당했던 남궁재학 전무 등 핵심 임원이 떠난 것은 ‘한국 철수’에 힘을 싣는다. 박 부사장은 1990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2009년 한국지엠 파워트레인 부문 부사장에 올랐고, 남궁 전무는 디자인 부문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또한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임원이 내년부터 본격 회사를 맡는 점도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 6월 한국지엠으로 영입된 제임스김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COO)은 내년 1월 1일부터 새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한다. 제임스김 사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코리아의 사장을 지내며 인원 감축과 조직 개편을 이뤘던 사람이다.

◆GM, 한국 생산 비중 줄여가

GM의 ‘한국 철수’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로 꼽힌 것은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에 이어 국내 생산 비중이 지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수입 차량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쉐보레의 유럽시장 철수 여파로 생산물량이 줄어들면서 한국지엠의 공장 가동률은 2013년 79%대에서 현재 60%대로 떨어졌다. 이에 올해 초 군산공장 생산체계를 2교대에서 1교대로 바꿨다. 반면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GM의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의 공장은 지난해 평균 공장가동률은 100%를 보였다.

지난 2013년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 이후 수출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3년 1~11월 완성차 57만 4491대, CKD(반조립품) 109만 6743대였던 수출 물량은 2015년 1~11월 완성차 42만 417대, CKD(반조립품) 73만 7807대로 각각 26.8%, 48.6% 줄었다.

또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지속 생산하기로 했던 알페온은 올 상반기에 중단되면서 단종됐다. 대신 9월부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수입해 들여오고 있다. 내년엔 신형 볼트도 수입해 판매하기로 했다.

▲ 올 상반기 국내 생산 알페온이 단종되면서 9월 미국산 임팔라가 수입돼 들어와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생산 거점 한국서 인도로”

한국지엠의 생산·판매 하락은 GM의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한국지엠 사업 축소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측은 한국공장의 생산성 문제를 거론하며 철수의 당위성을 높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월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GM 해외사업부문 총괄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한국지엠의 공장 가동률이 낮다”고 평가하며 “인력을 줄이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외신에선 ‘GM이 아시아지역의 생산거점을 한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수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를 GM의 수출기지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세르지오 호사 한국지엠 CEO 등은 GM의 “한국 철수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GM은 호주 철수 과정에서도 당시 마이크 데버루 GM홀덴 CEO가 “호주에서의 생산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생산을 중단하고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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