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으로 언어·문화 격차 커
외래어·법률 용어에 ‘쩔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법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원스톱 통합지원센터’가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이탈주민도 평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14일 이학인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사법적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북한이탈주민’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입국 인원은 2015년 10월 현재 2만 8497명(잠정)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우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들의 경우 현재 법적 소송건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5년 5월 18일까지 판결 선고 건수는 총 1553건이다.
남북하나재단 법률상담 현황(2014년) 자료에 따르면, 총 142건 중 민사가 8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사 39건, 형사 17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가사소송은 ▲북한의 배우자와의 이혼 ▲중국 국적 배우자와의 이혼 ▲자녀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인지, 인지무효 등이다.
민사소송은 ▲정착지원금 청구, 국가배상 청구, 탈북용역계약 약정금 청구, 일반 민사사건 등이다. 형사소송은 사기, 살인, 폭행, 폭행치상, 공무집행방해 등을 말한다.
문제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사법제도 접근과 재판절차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 이탈주민은 외래어나 법률용어 같은 익숙지 않은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지난 70년간 남북이 분단돼서 언어와 문화 차이가 큰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국 후 1년 미만인 사람이 가장 심하며, 5년 정도 지나야 남한 생활에 적응한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여성이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받을 경우 두려움에 말을 잘 못하고 많이 운다며 이 같은 탈북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재판관들이 배려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언급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소송과 관련해 상담, 지정변호사 연결, 소송 제기 등의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또 그는 ▲재판절차 중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법 교육 ▲소송구조제도 이용 활성화 ▲국선변호인제도 운영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 방안 연구와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효숙 남북하나재단 기획연구팀장도 “북한이탈주민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절차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사법적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다”며 “전문적 자문과 검토를 거쳐 단계적인 실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19대에 이르기까지 11년간 방치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