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이일주 교수

10여일 전만 하더라도 100년 만에 폭설이 내린데다가 날씨까지 무척 추워서 사람들의 마음까지 얼어붙었었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 추위를 겪은 것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많은 대학들이 입학시험을 쳤다. 대학입시 준비생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에 각종 시험을 치르면서 긴장 속에서 새해를 맞았을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합격의 기쁨과 보람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입학시험, 또는 취직하기 위한 임용시험에서 아쉽게도 실패의 쓴 경험을 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시험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던 사람이 중요한 시험에서 실패할 때 받는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녀만큼은 시험에 떨어져 충격을 받거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모든 시험에서 단번에 합격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세상에 단 한 번의 실패 경험도 없이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생겼고, 가끔 실패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안이하게만 산다는 증거라고 한 토머스 에디슨의 말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에디슨과 같이 세계 제일의 천재 발명가도 수없이 많은 실패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위대한 인물이 되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도 여러 차례의 실패 경험을 통해서 성공하는 것이므로 중요도가 높은 큰일을 할 때는 더욱 큰 실패 경험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도 수없이 되풀이 하는 시행과 착오의 반복을 통해 성공적인 학습이 가능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학습심리학의 이론 중에 시행착오설을 중요시하여 학문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처음 스케이트나 스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수없이 많이 넘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어린이는 수백 번을 넘어졌는데도 잘 탈 수가 없다고 자신 없어 한다.

그래서 어떤 어린이는 몇 번 넘어져 보고는 다시는 타지 않으려고 한다. 만일 부모가 그깟 일 배울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 준다든지, 한 번도 넘어질 필요가 없이 늘 성공감만 가질 수 있는 일이나 학습만을 경험하게 한다면 이 어린이가 더 자라 중요한 일에서 실패하게 될 때 단 한 번의 실패도 극복하지 못하는 연약한 사람으로 살게 되거나 아니면 실패를 이기지 못하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스키나 자전거를 탈 때 수백 번 넘어진 것은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번 성공해 가는 소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일 년에 하나씩 생기는 나무의 나이테도 봄이나 여름에 자라는 춘재(春材)는 무르지만, 가을이나 겨울에 자라는 추재(秋材)는 단단하다. 천지가 얼어붙은 동토(凍土)에서 촘촘한 간격으로 야무지게 나이테를 만들면서 자신을 살찌운 나무가 중요한 목재로 쓰이게 되는 것처럼, 자녀에게도 수없이 많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목표를 향해 꿋꿋이 정진(精進)할 수 있는 의지를 길러주어야 한다.

특히 자녀가 어린 영유아기 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만 하고, 부모의 뜻대로 자녀의 인생을 디자인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의 일상을 통해 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어린이가 생각한 것을 곱고 예쁜 손으로 그려 내고,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면 된다. 그러면 자녀는 키가 커가는 것처럼 생각주머니도 점점 커져서 어린 시절에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 겪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자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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