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5년 시행된 지방자치제도는 어느덧 성년을 맞았다. 20살 청년으로 자라는 사이 각종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되고, 지방의회의 자치입법이 활발해지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방의 중앙 종속 현상과 열악한 지방재정, 지역 간 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도 숙제로 남았다. 이에 본지는 스무살을 맞은 지방자치의 성과와 문제점을 돌아보고 자치단체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100년의 미래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지방자치 미래, 자치단체장에게 묻다-염태영 수원시장

[천지일보=강은주 기자]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제일 큰 인구 120만명의 수원시정을 이끌고 있는 염태영 시장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을 겸하며 지방자치 분권을 실현할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100만 도시 특례시 지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끌어내는 등 성공적인 지방자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수원을 문화 관광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그는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책임성과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가 핵심”이라며 “주민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는 맞춤형 자치가 지방뿐만 아니라 국가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일문일답.

- 재선시장으로 1년이 지났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서 소회를 밝힌다면?

지금까지 시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람’에 두고 수원시정을 이끌었다. 청렴도, 부채, 현안 해소 등 민선5기의 성과를 토대로 민선6기는 수원고법 설치, 수원 군공항 이전 건의 승인,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등 미래 수원을 먹여 살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서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과 함께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방자치 분권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전국 지자체, 분권단체와 연계해 지방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율성을 갖고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사항은 어떠한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축성된 지 220주년이 되는 2016년을 맞아 수원화성 축성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전달해 수원의 정체성을 알리고, 다양한 관광콘텐츠 개발과 관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 수원을 글로벌 관광도시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이를 위해 관광객들이 수원에 체류하며 즐길 수 있도록 수원화성 관광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수원화성 1박 2일 테마여행 등 체류형 관광 인프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행궁을 거쳐 융릉까지 도착하는 정조대왕 능행차 원형을 재현해 관광도시 수원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브랜드화할 것이다.

이와 함께 관광객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숙박 인프라를 개선하고, 친절한 수원 이미지를 만들고자 범시민 친절운동을 전개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을 비롯한 관광자원과 수원시가 추구하는 역사·문화·예술, 환경, 인문학, 여성친화 등의 도시 이미지를 잘 접목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도시가 될 것이다. 관광산업은 미래 수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 인구 100만 이상 특례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례시의 필요성과 현재까지 진전된 사항이 있는가?

전국적으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수원시와 창원시, 고양시가 있다. 조만간 성남·용인시도 인구 100만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기초자치단체이면서, 광역행정수요를 가지고 있어 시민들에게 원활한 행정서비스 제공과 자율적 도시발전 실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시민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불평등이며 차별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원시는 2013년부터 매년 국회에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 정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회의원, 중앙정부(행자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5개 대도시가 함께 토론에 참여하고 있고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 정책과 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5개 대도시 시장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정부, 청와대에 3차례 전달했다. 그리고 국회에는 100만 이상인 시를 특례시·특정광역시로 신설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찬열·김용남 의원 입법발의)이 제출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 방안’을 정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늦은 감은 있지만, 수원시 등 5개 대도시 600만 주민들이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민생법안임을 이해하고, 19대 국회에 입법발의된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

-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과 지방분권 필요성을 역설한다면?

우선 단 두 조항으로 지방자치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들 수 있다. 이 두 조항에는 지방자치 운영원리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유보하고 있어 헌법이 지방자치 및 분권에 대한 보호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재정문제이다. 중앙과 지방의 세입의 비율은 80대 20, 세출의 비율은 40대 60으로 지방자치 도입 이후 20여년 동안 하락했다. 지방재정은 점점 열악해져 지방세로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자체가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126곳이나 된다. 이에 지방은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방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행·재정적 권한과 기능 배분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지방뿐만 아니라 각각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지방분권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래학자와 세계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이 국가경쟁력 확보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대적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국경이 사라지고 지역과 지역이 소통하는 시대에 지방에서 일어나는 복잡 다양한 문제에 대해 중앙이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권한의 포괄적인 이양으로 지방정부의 권한 확보가 필요하다.

-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해결책은 있겠는가?

근본적인 측면에서 지방자치의 물적 토대가 되는 자치재정권의 확보 없이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이 요원하다고 본다. 지방자치가 스스로 자립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확보와 재정운영에 대한 책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세수구조 개선, 국고보조금 제도의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

수원시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올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건전재정추진단을 구성했다. 지방보조사업을 비롯한 민간위탁사업 등의 재정사업을 점검토록 해 재정누수를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위해 ‘체납액 특별징수대책반’을 가동 중이다. 9월부터 11월까지 300억원의 체납액 징수목표로 재정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 지방자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국가경쟁력 확보와 지방의 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의 과감한 권한이양과 지방자치의 영속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헌법개정, 중앙집권세력의 의식전환과 성숙한 지방자치를 구현할 수 있는 주민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자치와 분권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단지 경제적인 부만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의 행복권도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사람이 중심인 지방자치분권의 실현으로 이뤄 나갈 수 있다. 복잡 다양한 현시대에서 중앙과 지방, 국민이 모두 발전하는 길이다.

지방자치는 중앙과 지방 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인 주민에게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주민참여가 핵심이며, 주민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는 지방자치, 지역별 맞춤형 자치를 통한 주민행복 구현에 바탕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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