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8대 동국대 총학생회 준비위 주최로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로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총학생회 총회 요구안 계승 선포식에서 안드레 총학생회장 당선인(왼쪽)과 조성우 부총학생회장 당선인이 재단 사무실에 학교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뒤 학생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사장 일면스님 등 11명 이사 사퇴… “총장 보광스님 결단하라”
“분규 더는 지속해선 안돼”… 조계종·동대, 정상화 해법찾기 고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의 동국대학교 총장선거 개입 논란으로 불거진 동국대 사태가 1년을 끌어온 끝에 이사회 전원 사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락됐다. 동국대는 순차적으로 이사진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학교 측은 이사진 전원이 물러날 경우 법인 공백 상황과 교육부 관선이사(임시이사) 파견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새 이사들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총학생회 등 동국대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총장 보광스님 사퇴 여부와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는 점을 우려하면서, 학교 측의 조치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법인 이사는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에서 복수 추천을 받아 종회의 승인을 거쳐 이사로 선임된다. 이사진의 4분의 1로 채워지는 개방이사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복수 추천을 받아 선임한다.

동국대 총학생회와 차기 총학생회 준비위원회,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가 4일 입장문을 내고 보광스님을 향해 이사직과 총장직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추진위는 보광스님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장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이사회에서 나온 결과는 보광스님은 총장직과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었다”며 “이사회와 보광스님은 동국의 구성원들을 기만하는 것인가. 이사진 총 사퇴라는 감언이설로 학생들을 속이려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보광스님의 이사 임기가 4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보광스님이 이사 전원 사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추진위 측은 보고 있다.

이들은 “성과를 얻었지만 아직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히 듣고 동국 구성원들을 기만하는 방향이 아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사회가 새로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법인 측은 이사진 사퇴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3일 경기도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제297차 이사회를 열고 학내 문제에 책임을 지고 이사진 총 사퇴를 결의했다. 비공개로 진행한 이사회는 법인사무처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사회는 “현재 교내에서 단식과 농성 중인 학생·직원·동문 등은 즉시 단식과 농성을 중단하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 전원 사퇴로 인해 학교 운영 등에 공백을 막고, 사학법·정관에 따라 점차적으로 새 임원을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장 일면스님을 비롯해 성타·미산·지홍·호성·심경스님과 이연택·김선근·김기유 이사, 최대식 감사가 사퇴하게 된다.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 중 퇴장한 안채란 이사는 추후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사퇴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사 성타스님은 불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사 전원이 공동으로 (학내 사태의) 책임을 지자는 결정이었다”며 “더 이상 분규가 지속돼선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젠 자승스님이 사과

이와 관련 참여불교재가연대가 동국대 사태의 원인을 야기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관련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재가연대는 4일 논평문을 통해 “조계종 종립학교관리법과 사립학교법, 동국대학교 정관을 어기면서까지 부도덕한 이사와 총장 선출을 하였던 자승 총무원장과 종립학교관리위원회, 중앙종회 등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과와 책임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승스님을 겨냥해 “지금까지의 사태를 총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자기세력의 확대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소양과 혜안을 갖춘 종립학교관리위원과 이사들이 선출되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총장 보광스님에 대해선 “당연히 사퇴하리라 판단되며 빠른 시일 내 결단을 기대한다”면서 총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들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가연대는 “절도 의혹, 표절 의혹, 간통 의혹, 사기·횡령, 모텔 소유 등 (도덕성과 신뢰성에 치명적 결함을 가진) 이사들을 선출했다”며 “또한 종립학교관리법을 어기면서까지 일면 이사의 후임 이사를 선출하지 아니해 일면 이사의 재임을 도왔다”고 사퇴 요구 이유를 밝혔다.

◆학내정상화 히든카드 ‘새 이사회 구성’ 관심 쏠려

‘동국발전을 위한 화쟁원탁회의’는 같은 날 동국대 본관 법인임원실에서 회의를 열고 향후 활동방향을 논의했다. 법인 사무처장 종민스님은 이사회 의결내용을 공유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김건중 학생의 단식 문제를 푸는 데 초점을 맞춰 이사 스님들이 결단을 내렸다”며 “동국대 발전방안을 만들고 실현하기 위해선 진지하게 마음과 뜻을 모으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모든 상황을 떠나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며 “이사진 전원 사퇴 결정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종민스님은 이사회가 장시간 논의 끝에 어느 한 사람이 책임지는 것은 맞지 않고, 전원이 책임을 지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사 순차적 선임’과 관련해 일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종민스님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관선이사(교육부 파견 이사)가 나오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고 학내정상화를 위해) 정족수를 채워 가면서 새로운 이사를 구성하는 쪽으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50일째 단식 농성을 벌인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이사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 중단 소식을 밝혔다. 4일 농성 천막도 대부분 철거됐다.

1년을 끌어온 동국대 사태가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과 반목을 좁히지 못하고 ‘이사 전원 사퇴’라는 결말로 일단락됐다. 종단과 동국대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학내 정상화를 위한 새 이사회 구성과 사태 수습방안 등을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어떤 대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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