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C Basket Price’는 OPEC 회원국들이 생산하는 7개 대표 유종(油種)의 가격을 가중평균한 원유가격을 말하며 OPEC은 이 가격을 국제유가의 지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까지 평균 10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는 올해 들어 절반 수준인 50달러대로 떨어졌다. (자료출처: OPEC 홈페이지)

WTI 40달러선 붕괴… 미국·유럽도 디플레이션 우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국제유가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 회의에서 생산량 감축 합의가 실패하면서 원유시장은 출렁였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감산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란이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이 회복될 때까지 감산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감산 합의 무산 소식에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1달러(2.7%) 떨어진 39.97달러를 기록해 40달러 선이 붕괴됐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보다 0.84달러(1.9%) 떨어진 43달러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OPEC의 현재 하루 약 3150만 배럴을 생산하는 것이 적정 수준보다 200만 배럴가량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OPEC은 유가하락 해소를 위한 감산 압력을 받아왔다. 현재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앞서 두 차례 OPEC 회의에서도 감산에 실패했다. 감산의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각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회원국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산이 어렵다는 입장도 나왔다. 이는 OPEC 회원국만 감산하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석유 업체의 경쟁 상대인 미국 셰일 업체를 견제하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산유국, 직접 타격받아

산유국들은 저유가의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러시아, 브라질 등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는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태다. 특히 러시아는 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 의존도가 재정의 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저유가로 인한 부도 위험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도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오만 등은 OPEC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5% 감축을 요구한 상황이다. 또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7월 4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 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 디플레이션 우려

저유가로 인한 문제는 중동과 중남미뿐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원자재인 유가 하락으로 인해 물가가 낮아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유로존(유로화 19개국)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3일 예치금리를 -0.30%까지 내리고 국채 매입 시한도 6개월 더 연장했다.

하지만 유로존은 물가상승률을 측정할 때 유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ECB가 원하는 목표 달성은 어려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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