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 종교단체의 고유번호를 도용해 거짓기부금영수증 발급한 사례.(자료제공: 국세청)

국세청, ‘기부금 영수증 장사’ 종교단체 60곳 명단 공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 주택가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소규모 종교단체 A는 연말이나 연초에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수백건 발급하다가 적발됐다. 이 단체는 신도 및 신도의 지인 등이 찾아와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면 단체상호와 직인이 찍힌 백지 기부금 영수증 서식을 주고 신도가 직접 본인의 인적사항과 200만원 미만의 기부금액을 기재하도록 했다.

#2. B단체는 다른 종교단체 영수증을 거짓으로 발급했다. 이 단체는 지인들로부터 여러 종교단체의 기부금 영수증을 수집해 고유번호를 알아낸 뒤 도장업체에서 그 종교단체의 직인을 제작하고 발급 금액의 일정 수수료를 받고 도용한 고유번호와 도장을 이용해 거짓 영수증을 발급했다. 이 단체는 주택가에서 종교단체 간판을 내걸고 실제는 사주, 궁합 등을 봐주는 철학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3. C단체는 좀 더 교묘한 수법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학교법인 인수사례금을 종교단체 기부금으로 위장해 지급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C업체는 D학교법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D학교법인 설립자에게 인수사례금을 주기로 약정했다. E종교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을 빌려 전달하기로 모의를 한 것이다. 이에 E단체 계좌로 입금한 후 바로 D학교법인 경영자의 모친 계좌로 이체했다. E종교단체는 실제로 기부금을 받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4. 단체 F는 건당 5~10만원을 받고 금액을 임의로 기재할 수 있는 백지 기부금 영수증을 수백 건 발급했다가 발각됐다. 단체 규모에 비해 기부금 영수증 합계가 과다해 의혹이 제기됐다.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신도들에게 거짓 영수증을 발급해준 종교단체 60개 등 63개 단체의 명단이 공개됐다. 명단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국세청은 3일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 명단’을 국세청 누리집 정보공개 게시판과 세무서 게시판,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올해 공개된 단체는 2013년 말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5건 이상 또는 5000만원 이상 발급한 단체 62개와 기부금 영수증 발급 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단체 5개(4개는 중복 위반)다. 종교단체는 무려 95%(60곳)를 차지했다. 이외 사회복지단체 1곳, 문화단체 1곳, 기타 1곳이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총 102곳이 적발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적발된 종교단체들은 대부분 종단이나 교단 소속이 불분명했다. 이들은 수수료를 받고 백지 기부금 영수증 등 남발하거나, 타 종교단체의 고유번호를 도용해 거짓 기부금 영수증 발급해줬다. 또 학교법인 인수사례금을 종교단체 기부금으로 위장 지급한 사례도 있었으며 원거리 직장 근로자 등에게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일괄 발급하다가 적발됐다.

거짓 기부금 영수증 발급 금액이 10억원을 넘긴 종교단체는 1곳이다. 국세청은 이들 단체에 가산세를 부과하고 거짓 영수증을 발급 받은 신도들에 대해서도 공제받은 금액에 대한 추징금과 가산세를 부과했다. 백지 영수증을 발급한 단체 등 4곳은 검찰에 고발했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 명단 공개항목에는 단체명, 대표자, 주소, 국세 추징 건수와 세액, 거짓영수증 발급 건수와 액수 등이 포함됐다. 이번에 공개된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는 2013년에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했거나 기부금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기부금수령단체다.

국세청은 명단공개를 위해 지난 4월 사전안내 대상자를 선정해 6개월 이상 소명기회를 부여했고, 지난달 20일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명단 공개 대상자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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