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창립 75주년 맞아 황실 복식 진품 국내 최초 공개

[천지일보·천지TV=서효심 기자] 대한제국 황제가 실제 입었던 곤룡포(袞龍袍, 임금의 집무복)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은 두 개의 뿔과 날카로운 다섯 발톱.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 섬세하게 새겨진 황룡(黃龍).
용의 얼굴에 퍼져있는 거센 갈기는 바람에 날리는 듯한 생동감까지 주고 있다.

이것은 세종대학교가 창립 75주년을 맞아 특별히 마련한 전시회에 공개된 왕의 옷 ‘곤룡포(중요민속문화재 제58호)’다.

곤룡포는 조선시대 세종대부터 착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의 옷이라고 하면 대체로 붉은색을 떠올리게 된다. 사극에 나오는 임금 모두 붉은 홍룡포(紅龍袍)를 입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곤룡포는 특이하게도 황색이다.

이는 대한제국 시대를 선포한 고종이 황제국의 지위에 맞게 만들어 입게 된 것으로 고종과 순종황제(1852~1926)대까지 입었던 유일한 황색(황제 상징) 옷이다.

황색 곤룡포에 새겨진 둥근 표장은 임금과 왕비 및 왕세자의 곤룡포에만 쓰이는 것인데 그 이름을 ‘보(補)’라고 한다. 관복에 붙이는 네모난 모양의 흉배와는 구별된다.

▲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실제 입었던 황색 곤룡포가 세종대 박물관에 최초로 전시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남’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왕의 옷에는 원형의 ‘보’를, 신하의 옷에는 네모난 ‘흉배’를 쓰게 됐다. 이는 ‘임금은 곧 하늘이고 신하와 백성은 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형 ‘보’ 안에는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五爪龍)이 새겨져 있다. 용의 발톱 개수에 따라 계급과 이름이 달라진다. 황룡포(黃龍袍)에 수놓인 오조용은 왕실에 가장 높은 지위를 상징하고 있어 왕의 권위와 위엄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오조룡보에 일월문양이 있는데 가슴과 오른쪽 어깨에는 해를 상징하는 빨간색 원형문, 등과 왼쪽 어깨에는 달을 상징하는 흰색 원형문이 새겨져 있다.

일월문을 오조룡보에 새겨 넣은 것은 일월신화의 근원인 해와 달의 형태를 반영한 것으로 이 또한 천자(天子)인 황제의 상징표라 할 수 있다.

이 황색 곤룡포만 보더라도 대한제국 당시 자주독립을 꿈꿨던 고종황제의 위엄과 사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곤룡포 다음으로 눈여겨볼 것은 순종의 비인 순정효황후(純貞孝皇后)가 혼례식 때 실제 입었던 황원삼(黃圓衫, 중요민속문화재 제49호)과 홍색의 동궁비 원삼(東宮妃圓衫, 중요민속문화재 제48호), 순정효황후 윤씨가 14살에 입었던 왕비 당의(중요민속문화재 제103호)등 국내최초로 선보이는 황실 복식의 진품 유물들이다.

▲ 순정효황후 윤씨가 14살에 입었던 왕비 당의(중요민속문화재 제103호)가 세종대학교 박물관에 전시됐다.ⓒ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하문식 / 세종대학교 박물관장]

“50년 만에 처음으로 진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꼼꼼하게 옷감과 디자인을 생각하면서 (관람해야 한다). 실제로 100년 전 옷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이 시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전시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터뷰: 주현돈 /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4학년]

“그냥 보면 옷인데, 자세히 보면 그 시대의 특징이 드러나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드러나는 게 있어서 그런 것들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더 좋은 것 같다.”

이 밖에도 황제가 착용했던 장신구인 패옥과 황실에서 사용했던 별전괴불,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해상군선도’와 ‘평양시가도’등의 작품도 공개됐다.

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는 서왕모(西王母, 불로불사와 신선을 주관하는 중국 신화의 여신)의 반도회(蟠桃會,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고 물결 위를 걷는(波上) 신선들의 행렬을 표현한 그림이다.

해상군선도와 함께 공개된 평양시가도는 실제 군사지도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이석규 / 세종대학교 부총장]

“(세종대 박물관이) 대학박물관으로써는 상당히 규모도 크고 오래된 박물관이다. 사적인 가치나 희소성, 여러 가지 면에서 가치가 큰 유물이 많다. 앞으로 이런 전시회를 통해 세종대에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계기가 이번 특별전시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종대 박물관은 1973년 개관 이래 4천여 점의 유물을 전시 및 소장하고 있다.

복식 유물의 특성상 보존 관리를 위해 세종대 박물관에 오래 전시 되지는 못하나 대한제국 황실의 진품들을 직접 살펴봄으로써 역사가 낳은 자랑스러운 황실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국내 최초로 공개된 대한제국의 다양한 황실 복식 문화는 이달 11일까지 세종대 박물관서 만나 볼 수 있다.

(촬영: 황금중 기자/ 취재·편집: 서효심 기자)

▲ 세종대학교 세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회에 황실의 복식을 보기위해 모인 관람객들이 고종황제의 곤룡포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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