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5년 시행된 지방자치제도는 어느덧 성년을 맞았다. 20살 청년으로 자라는 사이 각종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되고, 지방의회의 자치입법이 활발해지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방의 중앙 종속 현상과 열악한 지방재정, 지역 간 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도 숙제로 남았다. 이에 본지는 스무살을 맞은 지방자치의 성과와 문제점을 돌아보고 자치단체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100년의 미래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지방자치 미래, 자치단체장에게 묻다-남경필 경기도지사

“연정(聯政)으로 정치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선순환’ 시켜 도민 행복을 이루어 나가겠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했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기존의 우리나라 정치를 봤을 때 여야 합의에 따른 도정 운영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경기도는 연정을 발판으로 일자리를 창출해내 ‘2015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평가 종합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남 지사는 연정을 기반으로 한 경기도형 ‘오픈플랫폼’으로 대한민국을 바꿔나갈 비전을 제시했다. 경기 연정은 성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남경필 경기지사와의 일문일답.

-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여 돼 간다.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소회와 앞으로의 도정 운영 계획을 듣고 싶다.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는 주로 비판하는 자리였다면, 경기도지사는 1284만 도민의 민생을 챙기고 비판받는 자리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경기도를 혁신하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도는 오픈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시스템 구축으로 대한민국을 바꿔나갈 것이다. 오픈플랫폼은 청년실업,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정치갈등 등 시대적 과제를 풀어갈 키워드다. 정치의 오픈플랫폼이 ‘연정’이라면, 경제의 오픈플랫폼은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이라 할 수 있다. 한계비용 제로 추구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마음껏 뛰노는 토양을 마련할 것이다. 특히 ‘넥스트 판교’를 글로벌 스타트업 시티로 만들 것이고 유통 약자인 중소기업을 위한 공공물류·유통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 대한민국 최초로 도입한 경기연정은 지방자치의 롤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정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경기도는 연정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정책입안 단계부터 여야가 협의하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책 추진이 늦어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실행력은 높아졌다. 경제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좌파정치냐 우파정치냐가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도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싸움 안 하고 협력하면서 상생해 나가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복잡한 사회적 난제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대화하고 협업하는 상생의 정치이다. 이런 차원에서 경기도는 연정으로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연정은 과정이자 수단이다. 경기도 연정은 정치적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법으로 제도화되고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대한민국 정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연정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문제점은 제도적으로 자치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열악한 2할 자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행정 권한과 재원의 80%가 중앙에 집중돼 있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지방은 점차 국비 의존적으로 바뀌고 있다. 경기도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 시행 첫 해인 2005년 70.3%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자치라는 취지와 달리 지방의 자율성 제약이 많다. 조세법률주의로 인해 자치단체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도 없고, 중앙정부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자치사무를 통제하고 있다.

-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해결책은?

열악한 지방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방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기본 논리는 많이 모으고, 적게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세입을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므로, 앞으로 중앙과 지방 간 재정구조 개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업무량은 국가 4, 지방이 6인데,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8대 2에서 머물고 있다. 세입기반이 충분치 못해 중앙에 의존적인 체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지방재정 개혁을 위해 국세-지방세 개편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지방소비세율 인상(11%→16%), 내국세의 지방교부세율 인상(19.24%→21%), 소방안전교부세의 불합리한 교부기준과 평준화 개선 등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상시예산 편성 시스템을 도입해, 의회와 함께 짜는 예산을 통해 예산배분의 효율을 도모하고 있다.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정사업 성과평가를 통해 유사·중복 사업은 합리화하고, 도민이 원하는 예산에 배분하고 있다.

- 지방자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의 행복 증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지방자치는 참여와 분권이라는 수단을 통해 주민행복 증진이라는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 주민참여와 지방분권 수준을 높이는 방향이 지방자치가 나아갈 구체적 실행방안이다. 먼저 주민참여 확대를 위해 주민의 행정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과 지방정부 간 협력을 위한 지역거버넌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또한 지방분권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자치입법권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조례 제정이 가능토록 개선해야 하고, 자치재정권은 국가와 지방의 현재 세수구조인 8대 2에서 6대 4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지방소비세도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 지방소비세를 5%p 인상하면 경기도 세수는 4491억원 증대 효과가 있다. 국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지방세의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속적인 국세의 지방세 전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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