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이리 어지러운가. 세계가 지구촌(村)이 아닐 때는 그래도 평화로웠는데,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문화권 아래서 이웃처럼 왕래하며 소통하며 살만한 때를 만났는데 왜 이러한가.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달 13일 극단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의 파리 테러는 IS의 악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면서, 온 지구촌을 테러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유엔도 IS의 만행에 응징할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에 들어가면서 하나가 되는 듯 했다. 심지어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강대국들과의 연대를 위해 직접 세계를 돌며 호소했다. 하지만 세계 아니 강대국들은 하나 되지 못하는 뜻밖의 결과를 맛봐야 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원요청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소극적이었으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독일·영국·스페인 등 모두의 입장은 달랐다. 무엇을 말하는가. 자국의 이해관계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응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나 등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테러와 보복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자고 호소했으며, 영국과 스페인과 같은 나라에서는 테러 보복 반대 시위까지 일어나는 분위기다. 이로 보아 예단할 수 있는 것은 지구촌의 앞날은 ‘전쟁과 평화’ 즉, 평화를 위해 대화냐 전쟁이냐라는 큰 화두 아래 또 한번 진통을 겪어야 할 것 같다.

어찌됐든 현재의 이러한 틈을 타 IS는 서방의 공습을 피해 리비아 등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을 뿐이다. 서방을 향한 협박과 테러로 긴장과 공포를 유도한 다음 중동과 아프리카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가는 소위 ‘성동격서(城東擊西)’의 전략을 구사하며, 서방국가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출현한 지 1년 반 만에 오늘의 IS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도 궁금하다. 한마디로 막대한 석유수입 즉, 돈이다. 이라크의 350곳이 넘는 유전을 장악하고 있으며, 시리아 유전지대 대부분을 차지했고, 리비아의 유전지대 또한 넘어가기 직전이다. 기가 막히는 것은 중동의 대부분 나라들이 IS와 선을 긋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석유 밀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공생(共生)의 관계에 있다는 현실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터키에 밀거래 의혹을 제기한 것이 한 예다. 이처럼 혼란한 시대, 과연 힘이 정의인가 돈이 정의인가 아니면 무엇이 정의일까.

이러한 때라면 이 지구촌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캄캄한 밤이 되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참으로 이 지구촌을 사랑한다면 보일 것이고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물질문명의 시대는 갔고 정신문명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정신문명은 곧 도(道)의 시대를 말한다. 하지만 ‘무도문장(無道文章)’이라 하듯이 오늘날 참으로 많은 도가 있고 문장 즉, 그 도를 가르치는 사람도 많으나 참 도는 없다. 이 말은 정신문명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나 이 세상을 바로 보고 깨우쳐갈 지도자가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정신적 문명을 일으키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갈 리더가 부재하다는 얘기다.

패권과 이해관계 속에 멍들어가는 지구촌, 이러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이 땅의 방법과 지혜로는 더 이상 이 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도문장’의 시대, 구전돼 내려오는 말이 생각난다. 바로 ‘도통군자(道通君子)’ 나아가 ‘군자(君子)의 나라’다. 정신을 일깨워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기 위해선 땅의 것이 아닌 하늘의 것, 즉 하늘의 도를 통달해야만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이며, ‘임금 왕(王)’자에 숨은 뜻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즉, 하늘과 땅의 이치와 지혜와 뜻을 깨달은 한 사람 곧 참 왕이 비로소 나타나 이 시대를 가르쳐 구원할 것임을 익히 우리에겐 알려왔고 보여왔던 것이다. 결국 이 곤란한 때에 반드시 필요한 한 사람이 이 땅에서 출현해, 이 어두운 세상을 밝혀갈 것이다. 동방의 한 나라를 세우신 신(神)의 뜻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나아가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는 이 시대를 가늠하게 하는 ‘가늠자’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이라 했으니 참으로 내가 알 때 비로소 바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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