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오는 17일 음악극 '금시조'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금시조'는 소설가 이문열의 동명소설 '금시조'의 감동적인 스토리와 창작 국악관현악곡의 멋진 선율이 함께 어우러진 음악극이다. (사진제공: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창단 50주년
이문열 소설 ‘금시조’ 음악극화
서화가-제자 간 예술적 갈등 그려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2014년에 초연한 바 있는 국악관현악 기반의 음악극 ‘금시조’를 오는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린다.

신동일이 작곡한 19곡의 창작 국악관현악곡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진성수의 지휘로 연주하며 ‘금시조’ 소설 속 스승 ‘석담’역에는 바리톤 장철이, 제자 ‘고죽’역에는 서울시뮤지컬단의 한일경이 맡아 노래한다.

또한 서울시합창단이 함께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연출은 이병우, 김창완밴드, Bob James, Dominic Miller, David Lanz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연출하고 있는 백제예술대학교 송혁규 교수가 맡아 극적 재미도 더할 예정이다.

음악극 ‘금시조’는 이문열의 동명소설 ‘금시조’의 감동적 스토리와 창작 국악관현악곡의 멋진 선율, 예술혼이 담긴 노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음악극 형태의 공연이다.

일흔 둘의 늙은 서화가 고죽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기력이 쇠진했다. 그는 아침 햇살에 은은히 풍겨오는 묵향을 맡으며 지나온 삶을 회상한다. 고죽은 열 살의 나이로 숙부의 손에 끌려 서예와 서화에 명성이 높던 석담에게 맡겨진다. 석담은 고죽을 맡아 기르면서 소학교에 보낼 뿐 직접 글씨를 가르치지 않는다.

고죽은 석담에 대한 애증을 느끼며 스승 몰래 서예를 익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고죽의 글씨를 보게 된 석담은 고죽을 정식으로 문하에 둔다. 고죽은 가르침에 인색한 스승에 대한 반발과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고죽의 나이 스물일곱에 문하를 뛰쳐나가 세인들에게 재주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고죽이 진정 원했던 것은 스승 석담의 칭찬이었던 것. 고죽은 다시 스승에게 돌아오지만 석담은 고죽을 질타하며 2년 동안 붓을 잡지 못하게 한다.

혹독한 시련의 세월을 견뎌내고 사면을 받던 날, 석담은 고죽에게 ‘금시벽해 향상도하(金翅劈海 香象渡河)’란 글씨를 써주며 고죽이 ‘재예(才藝)’에만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다시 고죽은 오직 글씨에만 정진해 자신의 세계를 갖춰나간다. 그러던 중 예술관에 대해 스승과 격론을 벌이게 된다. 도(道)를 강조하는 스승과 예(藝)를 중시하는 제자. 분노한 석담은 벼루를 던져 고죽의 이마에 흉터를 남긴다.

▲ 음악극 ‘금시조’ 홍보 포스터
고죽은 다시 석담의 문하를 뛰쳐나온다. 그의 나이 서른여섯, 방랑길에 올라 허망함과 쾌락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객지에서 우연히 그 옛날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았던 운곡 선생을 만난다. 운곡은 고죽을 꾸짖으며 석담이 그를 기다린다고 전한다. 그러나 방랑은 계속되고 오대산에 들어가 선승 생활을 하던 고죽은 절간 벽화에서 한 마리 금빛 새라 불리는 ‘금시조(金翅鳥)’를 본다. 고죽은 금시벽해란 스승의 글씨를 떠올리고 하산한다.

그러나 석담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운곡 선생은 관의 명정은 고죽에게 쓰라 했던 석담의 유언을 전한다. 고죽은 석담이 자신의 글씨를 지하로 가져가고자 했을 만큼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세월이 흐른다. 죽음에 임박해 고죽은 화방가를 돌며 자신의 작품을 회수하고 한 점 한 점 냉정하게 자평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서 금시조를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닫고 모두 불태운다. 고죽은 불꽃에서 찬란하고 힘찬 금시조의 비상을 보며 죽음을 맞는다.

한편 소설 ‘금시조’는 1981년 이문열이 발표한 단편소설로 서화가인 ‘석담’과 제자 ‘고죽’의 갈등을 통해 진정한 예술에 대한 작가 본인의 성찰을 보여준다. 1982년 제15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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