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상여 장식으로 사용된 꼭두는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괴로움과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한다고 여겨졌다. 꼭두박물관이 12월 한 달간 인도 델리공예 박물관에서 조선 후기 상여를 비롯한 한국전통 목조각·꼭두 유물 30여점을 선보인다. (사진제공: 꼭두박물관)

인도 델리공예 박물관 전시
꼭두, 인간-초월적 세계 연결

천사 같은 환상적 존재 상징
양반보다 평민상여 주로 장식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어렵고 힘든 길을 가는 이와 동행하고, 그와 함께 즐거움과 고통을 나누는 상징적 존재가 있다. 사람들은 이 존재가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 일상과 비(非)일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괴로움과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고 지켜준다고 믿었다.

바로 ‘꼭두’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꼭두는 서양 종교에서 말하는 천사처럼 인간과 초월적 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존재로, 일상적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속하거나 그 경계선상에 있는 환상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꼭두의 어원에 대해서는 외국어 유래설, 토착어설 등 다양한 설이 있으나 분명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다만 꼭두새벽, 꼭두배기, 꼭두머리 등과 같이 ‘꼭두’는 제일 빠른 시간이나 윗부분을 일컫는 말로서 이쪽과 저쪽 사이에 경계의 영역을 가리켰다. 다시 말해 꼭두는 환상적인 존재이다.

꼭두의 종류와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전통 상여의 부속물로 많이 쓰였다.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목우(木偶)’라고도 불리었으며, 인물이나 동물·식물 등의 형상으로 제작됐다. 현재 남아있는 꼭두는 조선후기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며, 가장 오래된 것은 18세기까지 그 제작시기를 추정해 볼 수 있다.

꼭두는 여러 지역에서 널리 사용돼, 지역별로 특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상도의 꼭두는 불교적인 영향을 받아 불교조각상과 긴밀한 연관 관계에 있다. 하지만 일제시대에 접어들면서 꼭두의 지역적 특성은 점차 모호해졌다.

 

꼭두는 크게 인물상꼭두, 봉황꼭두, 용꼭두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상꼭두는 그 역할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망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이다. 움직임과 옮겨감의 주제가 두드러진다. 일자 용 위의 중심에 모셔져 있는 나무꼭두의 경우 이런 기능이 두드러진다. 이 꼭두는 대부분 역동적인 분위기를 띠며, 용과 봉황 혹은 융합적인 동물 등 비인간적 혹은 초인간적 존재와 더불어 나타난다.

둘째, 망자가 나쁜 영향력의 침입을 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으로, 무기를 들고 있거나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 있어 그 기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무서운 얼굴 모습의 귀면(鬼面)과 고종(1852~1919년)의 장례행렬에 보인 방상씨의 경우가 이에 속한다. 시대적인 변화가 담겨져서 조선시대에는 무관의 모습을 하다가, 일제시대에는 경찰 그리고 해방 후에는 총을 든 군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셋째, 망자에게 생시와도 같은 시중을 드는 것이다. 안내자로서의 경우는 앞장 서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반면 이 경우에 는 뒤따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정적인 모습이 그려져 여성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넷째로 이동은 불안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별은 슬픔의 정조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분위기 전환의 기능을 담당하는 꼭두가 등장한다.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거나 거꾸로 서서 연희를 하는 재인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특이한 점은 지배층의 상여보다 평민의 상여에서 화려한 꼭두들이 눈에 띈다. 평민들이 신분 차별로 인해 이생에서 누리지 못한 호사를 죽어서 가는 길에 한껏 누리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한편 꼭두박물관은 1일부터 시작해 오는 31일까지 인도 델리공예 박물관에서 조선 후기 상여를 비롯한 한국전통 목조각·꼭두 유물 30여점을 선보인다.

지난 2013~2014년 ‘유럽 순회전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이번 전시는 인도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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