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 4개국이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줄다리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인 영산줄다리기 (사진출처: 문화재청)

힘·호흡 하나로 모아 협력
풍년 기원… 하나의 농경의식
오늘날 스포츠로 자리매김
4개국 유네스코 등재 추진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 4개국이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 추진 중이던 ‘줄다리기’가 이달 초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로부터 ‘보류’ 판정을 받았다.

줄다리기의 확실한 등재여부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열리는 제10차 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영산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기지시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 삼척기줄다리기(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 등 3개의 줄다리기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5세기에 편찬된 ‘동국 여지승람’에 처음으로 줄다리기에 대한 놀이가 기록돼 있으나 정확한 유래 시기는 알 수 없다.

각 지역마다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시기와 줄의 제작방법·명칭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많은 주민이 참여해 서로 협력하여 마을의 태평과 풍요를 기원하는 하나의 농경의식이었다는 점에 있어 다름은 없다.

줄다리기는 사람들이 양 팀으로 나뉘어 마주한 채 자기편의 줄을 잡고 힘껏 당기어 승부를 가리는 놀이다. 징소리와 함께 놀이는 시작된다. 참가 인원수는 크게 상관 없다. 장소만 허락된다면 규모에 따라 작게는 수십명에서 수백, 수천명까지도 함께 줄다리기를 진행할 수 있다.
 
▲ 줄다리기 줄을 만들기 위해 짚으로 가닥줄을 꼬고 있다. (사진출처: 문화재청)

줄을 당길 때에는 팀원 하나하나가 호흡을 같이 하고 전체의 힘을 한 데로 모아야 한다. 그래서 각 팀에는 지휘자인 편장이 세워져 있다. 편장은 호흡과 힘을 같이 모을 수 있도록 기를 휘두르며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 등을 외친다. 그냥 제멋대로 자기 힘자랑을 한다고 해서 승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렇듯 줄다리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단순 줄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의 원리가 숨어 있다.

줄다리기 줄은 수줄과 암줄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 줄다리기 줄은 남성과 여성으로 빗대어 구분되고, 남녀가 결합해 다산과 풍요를 이루듯 줄다리기를 통해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데 의미를 둔다. 그렇기에 편을 가르는 데도 의미가 담겨 있다.

주로 육지지방에서는 동부와 서부로 나누며, 해안지방에서는 육지와 바다, 섬지방은 상촌과 하촌으로 팀을 가른다. 동부는 수줄을 서부는 암줄을 의미하는데, 암줄이 이겨야만 그해에 풍년이 든다는 설이 있어 암줄인 여자 편을 이기게 하는 것이 풍습처럼 전해내려 온다. 즉 줄다리기는 이기고 패하는 승부를 가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모여 풍요를 기원하며 하늘에 제를 올리듯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 길놀이. 줄다리기 행사에 앞서 마을을 돌고 있다. (사진출처: 문화재청)

우리나라의 전통 줄다리기가 풍랑을 맞았던 시기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집회금지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조선의 공동체문화를 해체시키고자 했다. 마을 주민들의 축제와도 같던 줄다리기 역시 일제의 방해로 전승이 중단된 것이다. 이후 해방을 맞으면서 다시 전승되기 시작했다.

오늘에 이르러 줄다리기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대회까지 열릴 만큼 하나의 스포츠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공동체문화로서의 맥을 이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빛을 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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