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고가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음달 13일 0시 기능 상실
市 “안전 문제로 미룰 수 없어”
염천교·숙대입구로 우회도로 추진
퇴계로-만리재로 7분 더 소요
남대문 상인 “생존권 위협”
“주차장처럼 차량 밀릴 듯”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다음 달 13일 0시를 기해 45년간 서울역 동서를 이어준 서울역 고가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서울시는 노선변경 등을 통한 우회도로로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 급격한 인구증가와 교통난 해갈을 위해 서울역 동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설계된 서울역 고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표상이자 서울의 자랑거리였던 고가는 노후화되면서 그 기능을 점점 잃어갔다. 1990년대 말부터 도로의 안전성 문제가 매년 제기됐고, 2006년 정밀안전진단 안전성평가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2~3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서울역 고가는 2009년 북부역세권 개발 계획과 연계해 철거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고가의 미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의 녹지화로 사람길을 만들고 사람을 모아 정체된 상권과 낙후된 산업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새로운 그림을 내놨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숨 가쁘게 서울역 고가 공원화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에 기존 서울역 고가는 더는 차로로 쓰지 않고 만리재로, 염천교로 우회하는 도로로 노선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노선변경 승인 신청을 냈다.

국토부는 한 달여 만인 25일 “노선변경 여부를 검토한 결과 네트워크 연결성과 주요 도로망 형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승인했다”며 “서울역 고가가 아닌 우회도로를 쓰는 것을 승인한다는 의미지 교통대책에 문제가 없다거나 공원화를 승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노선변경은 가능하나 이로 인한 교통대책은 서울시가 경찰청과 협의해야 하고, 도로의 공원화 등 기존 도로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철도시설공단 등과 협의해 철도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오는 29일 자정 국토부 승인과 관계없이 ‘안전’을 이유로 서울역 고가 폐쇄를 강행하겠다던 서울시는 국토부 발표 이후 긴급브리핑을 열고 다음 달 13일 0시로 고가 폐쇄 시점을 옮겼다. 안전 문제상 지금이라도 폐쇄해야 하지만 경찰 심의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데다 교통경찰관 배치부터 퇴계로 또는 숙대 입구로 우회하기 위한 신호와 차선을 신설하려면 2주는 걸린다는 게 이유다.

▲ 서울역 고가 폐쇄 시 주변 우회로 상황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는 경찰에 퇴계로에서 만리재로 넘어가는 차량은 염천교 방향으로 우회할 수 있도록 염천교 교차로에 좌회전 신호를 신설하고, 만리재에서 염천교 교차로로 향하는 차량을 위해 우회전 신호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파로 쪽에서 퇴계로로 가는 차량은 숙대입구 교차로에서 두 차례 좌회전을 한 뒤 한강로를 지나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교통개선대책이 통과되면 퇴계로에서 만리재로 넘어가는 데 현재보다 약 6~7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고가 폐쇄 소식을 접한 도로 이용자들은 급작스러운 결정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민호 남대문 상인 총괄본부장은 “상인들이 걱정이 많다. 처음엔 교통대책 없이 폐쇄를 강행한다고 해서 꽃상가 상인들부터 해서 난리도 아니었다”며 “대책 없이 고가를 폐쇄하면 90% 이상이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남대문 시장 5만여명 상인의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회도로가 신설되더라도 교통이라는 게 한 곳이 막히면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건을 배달하는 시간이 배가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서계동에 거주하는 우모(50)씨는 “고가가 폐쇄되면 차보다 걸어다니는 게 빠를 정도로 정체가 심화될 것이다. 불편하겠지만 박원순 시장이 강행하는데 어쩌겠나. 감수할밖에…”라며 “임기 내에 뭘 하겠다는 생각은 나쁜 발상이다. 깊이 생각하고 정책을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권영기(67)씨도 “서울역 고가가 폐쇄되면 아현동에서 내려오는 차, 만리동에서 오는 차, 남대문으로 가는 차, 서부역으로 가는 차 등으로 인해 염천교 교차로부터 서울역환승센터까지 주차장처럼 차가 밀리게 될 것”이라며 “차라리 서울역 고가를 없애 교량을 떠받치는 교각이 없어지면 도로가 넓어져서 교통대책을 세우는 게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씨는 “교통 혼란이 불 보듯 뻔한데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사업한 것처럼 박원순 서울시장이 눈에 보이는 사업으로 차기 대선을 노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겨울철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 얼고 녹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차량이 계속 교량을 통과하면 진동적인 측면에서 위험요소가 증가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시민 안전을 위해 도로 폐쇄는 불가피하다”며 “일시적인 교통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과의 심층적인 검토를 거듭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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