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요즘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거의 으뜸이다. 벌써 2년째 같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야권 대선주자들이 지지율을 나눠 갖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여권 내 김무성 대표의 존재는 명실상부하게 독보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주 거론되지만 아직도 그의 뜻을 모르니, 당분간 여권 내에서는 김 대표의 맞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무성, 왜 강경 발언일까

김무성 대표가 지난 25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추도사에서 “거인이 꿈꾸었던 세상, 거인이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 우리 세대가 새롭게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를 자처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인간적으로, 또 정치 도의적으로 보더라도 김 대표의 모습은 신의 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겉모습은 좋지만 내용을 보면 실망과 탄식이 절로 나온다. 김 대표는 추도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합과 화합의 가르침’을 강조했다며 그 뜻을 잇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이분법적 사고로 표현할 수 없었던 큰 어른이셨고, 오로지 애국과 민생을 향한 삶으로 일관하셨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대한민국의 전진을 위해 헌신했던 인물이다. 물론 과도 적지 않지만 공이 더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아니 김무성 대표의 행보는 어떤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생을 그토록 외쳤던 박근혜 정부가 느닷없이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옴으로써 국론은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다. 이런 ‘분열과 대결의 정치’에서 김무성 대표는 그 최전선에 섰다. 아니 청와대의 시도를 막기는커녕 한 술 더 떴다. “대한민국 국사학자는 90%가 좌파”라며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대적 책무라고 했다.

지난 14일에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 때의 폭력시위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복면을 썼던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와 비유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민들의 항의시위를 이런 식으로 비하하거나 매도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맞는 말씀 아니냐”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우리도 언론보도에 의하면 과격 이슬람교도가 왔다가 조사하는 상황인데,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격 이슬람교도’가 누구이며, 또 어디 왔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과 우리 시위대는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김무성 대표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차기 대선을 생각지도 않는 것일까. 아니면 무슨 ‘약한 고리’라도 있는 것일까. ‘무대’의 담대한 결기와 통 큰 행보가 옛날 얘기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영정 앞에 선 김무성 대표, 오늘은 그 모습을 보기가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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