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위나라 문후는 어진 임금으로 백성들과 여러 나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는 백성들이 관리들에게 고통을 받고 있는 업 땅의 현령으로 서문표를 임명했다.

업으로 부임한 서문표가 장로들을 모아 놓고 백성들이 고통 받는 사실을 물었다. 그곳은 삼로(三老)와 관리들이 무녀들과 짜고 해마다 물의 신에게 재물과 처녀를 바치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수백만의 세금을 걷어 삼등분해 착복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서문표는 행사 때가 되어 삼로와 무녀들이 처녀를 강에 띄우는 의식을 하는 날 곧바로 자신에게 알려 달라는 다짐을 받고 헤어졌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 서문표는 행사가 벌어지는 강가로 나갔다. 그곳에는 삼로, 관리, 호족, 장로 등이 나왔고 그 주변에는 3천여명의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무녀들의 우두머리인 일흔 살이 넘은 대무는 명주옷을 입은 여제자 십여명을 뒤에 거느리고 있었다.

서문표가 대무에게 말했다.

“물의 신에게 시집 갈 처녀를 불러 줄 수 있는가? 얼마나 미인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소.”

서문표가 그렇게 말하자 처녀를 장막 속에서 데리고 나왔다. 서문표는 처녀를 보자마자 삼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게 미녀라 말인가? 수고스럽지만 대무가 직접 물의 신에게 내 말을 전해 주도록 하시오. 더 아름다운 처녀를 찾아서 보낼 테니 기다려 달라고.”

그렇게 말한 서문표는 군사들에게 명령해 대무를 강물 속으로 던져 버렸다. 잠시 기다린 서문표가 다시 군사들에게 명령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 기별이 없네. 누가 마중을 가야겠지.”

서문표는 대무의 제자 한 명을 강물에 던져 넣어 버렸다. 다시 조금 있다가 같은 방법으로 무녀 하나를 또 강물에 던졌다. 모두 세 명을 강물에 빠뜨린 서문표가 말했다.

“여자들을 보내서는 안 되는 모양이군. 아마도 설명이 부족해서 그런 모양이오. 그럼 삼로께서 수고를 해주셔야 되겠소.”

그는 삼로를 강물에 던져버리고 옷깃을 가다듬고 강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제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있었다. 서문표 곁에 서 있던 장로나 하급 관리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잠시 후 뒤돌아 선 서문표가 말했다.

“도대체 무녀들과 삼로도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어떻게 된 노릇이요?”

그렇게 말한 그는 관리와 호족 두 사람에게 함께 마중을 가라고 협박했다. 두 사람은 이마를 땅바닥에 비벼대며 목숨만 살려달라고 구걸했다.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럼 좋소. 좀 더 기다려 주지.”

얼마 동안 시간이 흐른 뒤 서문표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일어나시오. 물의 신이 손님들을 잡아놓고 돌려보내지 않는 모양이오. 그대들은 이제 돌아가도 좋소.”

그런 일이 벌어진 광경을 보고 업 지방의 관리들과 백성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런 뒤 누구 한 사람 물의 신에게 처녀를 바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됐다.

서문표는 그렇게 미신 행사를 없앤 뒤 즉시 백성들을 징발해 12개의 수로를 파서 황하의 물을 끌어들여 논에 물을 댔다. 당시 백성들은 수로를 파는 일을 큰 공사라 생각하고 그 일을 싫어했다. 그 때 서문표가 말했다.

“백성들에게 정책을 이해시킬 필요는 없다. 그 정책의 결과가 그들에게 유익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지금 당장은 누구나 나의 명령을 싫어하겠지만 그들의 손자 대가 되면 틀림없이 내가 택한 일이 올바르고 유익한 것이었다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때 서문표의 말처럼 업 지방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리사업이 잘 되고 그곳의 백성들은 늘 풍족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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