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난민이 6000만명에 달하면서 난민문제가 국제사회의 난제로 떠올랐다. 국제적으로 난민문제에 관심이 뜨거웠던 지난 10월 중순 기자는 레스보스섬과 함께 지중해를 건너 온 시리아 난민들의 일차 기착지 중 하나인 그리스 코스섬을 찾았다. 코스섬은 터키와 불과 9㎞, 뱃길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난민들의 모습을 지난호에 이어 싣는다.
▶ 1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리스에서 만난 난민들… 평범한 삶 바라며 목숨 건 타국행
[천지일보 그리스=김현우 특파원] 그리스 코스섬에서 만난 난민 대부분은 시리아인이었다. 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신상정보에 관해선 입을 다물었다. 대화도 쉽지 않았다. 간혹 영어를 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영어나 불어도 통하지 않아 주로 짧은 아랍어와 몸짓으로 대화해야 했다. 난민들에겐 살았다는 안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지러운 난민촌만큼이나 뒤섞여 있었다.
유엔난민기구 봉사단이 나눠준 빵으로 아침을 먹고 있던 한 난민 가족은 “직장도 잃고 학교도 다닐 수 없는 그곳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일자리도 구하고 다시 희망을 얻고자 딩기(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넜지만 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해안가에 앉아 멍하니 지중해 건너 고향에 시선을 고정한 난민들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반면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네라트지아 성벽 아래에 만든 임시 샤워시설에 몸을 씻는 청년들의 표정은 암담한 현실에 비해서는 밝아보였다. 경찰서에 난민 등록을 마친 이들도 조금은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막 지중해를 건너와 물에 젖은 달러와 시리아, 이라크 화폐를 길에 두고 말리는 모습은 모든 것을 팔아 지중해를 건너왔다는 말을 실감 나게 했다.
코스섬에서 만난 난민들의 소망은 전쟁 없는 세상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직장에서 돈을 벌고, 학교를 다니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그런 삶이 그들의 가장 크고 절실한 꿈이었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난민으로 인해 전 유럽이 난민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그들이 바라는 평범한 삶이 언제 현실이 될 지는 미지수다.
지구촌의 난제가 된 난민 문제의 배경에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포함해 여러 모양의 종교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기독교문화가 지배적인 유럽이 난민을 꺼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도 난민 대부분이 무슬림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난민 유입으로 인해 향후 종교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촌 전쟁의 80% 이상이 평화를 근본이념으로 하는 종교 때문에 일어났고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모든 종교가 자신의 경서가 말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양보하고 서로를 품어 난민들이 꿈꾸는 ‘평범한 삶’이 속히 현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현우 기자
2u4uuu@naver.com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