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노원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 부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Ⅰ공노원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 부회장

‘88올림픽’ 열풍 러시아까지
한국어 교육 재발판 마련
北에서 책 들여 교재 삼기도

韓, 교육 관심도 아직 ‘미흡’
아이들에게 꿈·희망 찾아줘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국어 교육’. 이 단어를 빼면 그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한국어는 공노원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 부회장(74, 여)의 ‘삶’ 그 자체였다. 50여년을 교직에서 일한 공 부회장은 누구보다도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가 사할린 한인이기 때문이었다.

시대적 상황으로 일제시대에 공 부회장의 아버지는 남사할린으로 강제이주 된다. 공 부회장은 1941년 이곳에서 태어난다. 그는 8남매 중 첫째였다. 딸보단 아들을 먼저 챙겼던 시대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남달랐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첫째가 공부를 해야 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 똑같이 배운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고 계셨어요. 덕분에 8남매 모두 학구열이 대단했어요.”

아버지의 추천으로 공 부회장은 사범대에 지원하게 된다. 교육자로의 길을 걷게 된 것. 첫 시작은 화학교사였다.

◆25년간 없어진 조선학교

당시 시대는 사할린 한인들에게 혼란스러운 때였다. 1963년 무렵, 사할린주에서는 조선 학교가 모두 문을 닫는다. 소련정부 등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이 기간부터 25년 동안 사할린주에서는 조선말을 쓰지 못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없었다.

“불행하게도 한인 아이들이 한국말을 못 쓰고 러시아 말만 써야 했습니다. 저도 러시아학교에서 화학교사로 배치를 받아 러시아어로 수업을 했어요.”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큰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난다. 바로 ‘88올림픽’이다. 88올림픽은 한국 경제 발전은 물론, 세상에 한국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여파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할린 한인들에도 큰 빛이 됐다. 한국어를 다시 배울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

“당시 소련(현재 러시아)인들도 88올림픽을 눈으로 목격했어요. 엄청난 광경을 말이죠.” 소련인이 ‘우리 이웃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구나’ 등을 피부로 느끼게 된 셈이다. 한국에 대한 인식은 매우 커졌다.

공 부회장 등 한인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어를 되살리겠다는 결심으로 마음을 모았다. 그랬기에 가능했다. 한인들은 모스크바 교육청에 한국어 교육을 신청했다.

“반년 이상 프로그램을 연구해 교육청에 제출했어요. 그리고 교육청으로부터 사할린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공식 허가를 받았어요.” 이로써 없어졌던 제8조선학교 자리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제9동양어문학교가 다시 설립됐다.

“학교는 1992년 설립됐으나 한국어 교육은 88올림픽 이후부터 시작했어요. 그동안 기초를 다지고 있었죠.”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 교재였다. “우리 집에도 한국어 책이 한 권도 없었어요. 수소문 끝에 한국어로 된 책을 하나 얻었고, 그 책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어요.”

러시아에서는 책을 구할 수 없는 터라 북한으로부터 책을 들여와 교재로 삼기도 했다. 책 내용이 시대에는 맞지 않았으나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1990년 ‘한러수교’가 이뤄졌다. 그때부터 공 부회장은 한국을 오가며 서적뿐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사할린 한인들의 현 상황을 한국 정부에 알리기도 했다.

▲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할린 한인 아이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사할린한국어교육협회)

◆영주귀국, 계속되는 한글 교육

2007년 공 부회장은 한국으로 영주귀국한다. 현재(2015년 2월)까지 사할린 한인들은 4239명이 영주 귀국했다. 한국에 와서도 공 부회장의 한국어 교육은 계속됐다. 처음엔 영주귀국한 사람 중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현재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사할린 한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의 인식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어는 한국에서 사는 아이들의 생명줄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수업도 내년 초 끝납니다. 아이들을 위한 수업은 계속돼야 합니다.” 또 한국어에 서툰 부모들을 위한 교육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정부와 시민 모두 한국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뜻을 모아주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줬음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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