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중순 방문한 그리스 코스섬에는 지중해를 건너 온 난민들의 흔적이 산재했다. 코스섬 동쪽 항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난파선 조각과 찢겨진 딩기(고무보트)가 얼마나 많은 난민들이 이곳에 밀려드는 지를 대변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난민이 6000만명에 달하면서 난민문제가 국제사회의 난제로 떠올랐다. 국제적으로 난민문제에 관심이 뜨거웠던 지난 10월 중순 기자는 레스보스섬과 함께 지중해를 건너 온 시리아 난민들의 일차 기착지 중 하나인 그리스 코스섬을 찾았다. 코스섬은 터키와 불과 9㎞, 뱃길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천지일보 그리스=김현우 특파원] “전쟁으로 모든 걸 잃었다. 더는 버틸 수 없어 지중해를 건넜다.”

지난 10월 중순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들의 일차 기착지가 된 그리스 코스섬을 찾았다. 3살 시리아 난민 크루디의 죽음 이후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다소 우호적인 때였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지중해를 건너 온 난민들은 이구동성 “전쟁통에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한 여성은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가 전쟁 없는 세상에서 미래를 꿈꾸며 살게 하고 싶어 딩기(고무보트)에 올랐다”고 말했다.

▲ 난민이 타고 온 난파선에 터키 깃발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코스섬 해안가에 산더미처럼 쌓인 구명조끼들. ⓒ천지일보(뉴스천지)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브로커에게 치르는 비용은 대략 3000~5000달러(300~500만원) 정도다. 위험하지만 육로보다 단속이 느슨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 수많은 난민이 동트기 전 딩기를 타고 터키를 출발해 코스섬을 비롯해 인근 그리스 해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올해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은 10월 기준으로 60만명을 넘어섰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지중해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된 난민도 올해만 344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0여명은 터키를 떠나 그리스로 향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하루 200~400명의 난민과 이주민을 구한다는 해안경비대원들은 “최근 들어 최대 30명 정원의 낡은 배에 40~50명가량이 탑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하루 5~10차례의 조난호출을 받고 보트에 과잉탑승한 사람들을 구조하기위해 출동한다”고 했다.

해안가에 산더미처럼 쌓인 구명조끼, 찢겨진 딩기와 부서진 배, 젖은 옷가지와 신발들이 얼마나 많은 난민들이 사투를 벌이며 이곳에 왔는지를 대변했다.

▲ 난민 구호 활동 중인 유엔난민기구 봉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 네라트지아 성벽 아래 길게 늘어선 난민 텐트. ⓒ천지일보(뉴스천지)
▲ 고대 아고라 한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난민.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러나 목숨 걸고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아 보였다. 새로 온 난민들은 당장 잠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리스 정부와 현지인들이 난민을 위해 설치한 텐트는 해안가 양옆으로 수백 미터를 채우고도 모자라 이미 유적지 주변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10월 들어 코스섬을 찾은 유엔난민기구 봉사단원들 덕에 끼니는 겨우 해결할 수 있었다.

▲ 부서진 난민 보트 위에 어린아이의 털 모자가 놓여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리스 입장에서 밀려드는 난민은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숙제다. 관광수입이 주 수입원인 현지인들은 당장 관광객이 줄어 어렵다고 호소했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엄청난 빚으로 국가 부도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코스섬 주민들은 이미 자신의 형편을 넘어 난민들을 돕고 있는 듯했다. 막상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보니 유럽 전체가 외면한 난민들을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가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스 정부나 코스섬 주민을 비난하기도 어려웠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구호물품을 받고 돌아가는 난민.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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