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균의 <홍길동전>은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됐다.

만민이 평등한 이상향 ‘율도국’ 건국한 영웅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니….”

이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웬만해서는 알고 있는 대사다. 종종 개그 프로에서도 인용되는 이 말은 조선시대 그 이름을 널리 알렸던 의적 홍길동의 대사다. 이미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여기에서의 홍길동은 물론 소설 속 가상인물이다.

조선 광해군 때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은 정승의 아들로 태어나 학식과 인물이 뛰어났으나, 서얼로 태어난 탓에 천대를 받던 홍길동이 집을 나와 활빈당이라는 집단을 결성해 의적활동을 벌이다가 율도국을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이다.

이 소설은 당시 사회제도의 결함, 특히 적서차별(嫡庶差別)을 타파하고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려는 의도로 지은 사회소설로 민초(民草)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전했다.

만민평등사상을 갖고 활빈당 행수로 의적활동을 펼치는 홍길동은 어려서부터 도술을 익히는 등 심신을 수련했다.

만민이 평등한 세상, 즉 낙원(樂園)을 꿈꾸던 한 사람. 그러나 그의 꿈은 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함께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게 된다.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핍박받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의(義)를 위해, 만민이 평등한 낙원 같은 세상을 위해 불의(不義)한 사람들과 싸우는 의적 홍길동.

▲ 민중의 영웅으로 그려진 홍길동은 시대를 초월에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졌다.(2008년 KBS 2TV에서 방영된 쾌도 홍길동)

소설 속 홍길동은 도교적인 둔갑법, 축지법(縮地法), 분신법(分身法), 승운법(乘雲法) 등 도술을 부리며, 양반들이 부당하게 취한 재물을 도로 찾아와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그렇기에 그를 두고 사람들은 신출귀몰(神出鬼沒)하다고 말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도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이유는 모두가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있다

서양의 영웅, 즉 히어로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악당과 맞서 싸워 영웅으로서 대접받는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의 영웅은 서로 힘을 도모하고 뜻을 같이 해 하나의 이상향을 꿈꾼다.

또한 서양의 히어로들이 원래 타고난 부와 초능력의 힘으로 사람들을 돕는다며, 대한민국의 영웅들은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련(修練)을 통해 당당하게 세상과 싸워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영웅이 바로 ‘홍길동’이다.

허균의 소설 속 홍길동의 삶을 살펴보면 참으로 기구하다 할 수 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할 수 없었고, 가족의 품을 떠나 이상향을 꿈꾸는 길동이 가진 비범한 재주가 장래에 화근이 될까 두려워 길동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도적의 소굴에 들어가서도 힘을 겨루어 두목이 됐으며, 특유의 기계(奇計)와 도술로 의적활동을 벌이게 된다.

어찌 보면, 당시 백성들에 홍길동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선지자였으며, 자신들을 차별과 빈곤에서 해방시킬 구원자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이에게는 핍박과 고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핍박과 고난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우리들이 찾던 낙원, 모든 이들이 꿈꾸는 이상향이 건설된다.

허균의 <홍길동전>은 바로 이러한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고, 소설 속 홍길동은 희망을 이루어가는 주인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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