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재의 발굴이나 복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먹고 살기 바빴던 격동의 20세기를 보내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자 삶의 질에 대해 무심코 지나쳤던 역사(歷史)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소중한 문화재의 가치를 깨닫게 된 시기가 온 것이다. 이 같은 까닭에선지 곳곳에서 활발한 발굴 작업 및 복원이 진행되는 것이라 본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서울성곽과 돈의문, 숭례문 복원에도 박차가 가해지면서 2013년이면 경복궁을 중심해 성곽으로 둘러싸인 옛 수도 한양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4대문은 우리의 선조들의 지혜와 당시의 생활풍습, 의식들이 집약되어 있는 것으로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일대의 성곽이 무너지게 되는 질곡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그보다도 광복과 전쟁 이후 도시개발에 따라 우리 손에 의해서도 많이 훼손되고 무너진 것에는 안타까움이 더한다.

태조 이성계로부터 덕치주의 의미가 남긴 4대문과 성곽이 지어져 고종 때까지 계속된 보수공사를 하며 유지해 왔으나 국권을 빼앗긴 이후 그 위대한 정신이 담긴 도성의 위용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제는 잃어버렸던 우리네 정신과 문화를 다시 찾아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이상 당장의 삶만을 위한 편의를 위해 우리의 뿌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조들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후손들에게 서울이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유서 깊은 도시임을 알려줘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고 후대에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잃어버린 문화를 되찾고, 희미해진 우리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이 나라의 광복이요,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더 없이 좋은 아이콘이 될 것이다.

물론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찾고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무뎌진 사람들의 의식부터 개선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에 의해 성곽을 허물고 지어진 동대문운동장은 야구인들과 주변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거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도 좋은 합의점을 통해 현재 그 자리는 성곽복원과 함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우리의 부주의로 잿더미가 된 국보 1호 숭례문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인까지 동원하면서 복원에 나섰지만 4대문 중 유일하게 오랫동안 지켜온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점은 아쉽다. 뿐만 아니라 이슈까지 됐던 동대문교회의 철거문제, 현재는 형체조차 없는 돈의문 복원에 따른 주변의 교통 혼잡 문제 등이 뒤따르고 있어 4대문 복원이 쉽지만은 않은 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먼저 국익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로 좋은 합일점을 찾아낸다면 서울 도성은 차질 없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복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선조들의 정신까지 복원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예의 바르고 인격을 갖춘 선비의 정신을 가져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동방예의지국의 성숙한 문화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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