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화, 낭만과 패션의 상징 파리가 울고 있다. 아니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일명 이슬람국가(IS)를 배후로 한 테러조직의 조직적이고 무차별적인 연쇄테러는 파리의 금요일 밤을 피로 물들였다. 132명의 사망자와 300명(중상 99명 포함) 이상의 부상자를 낸 금번 테러는 지구촌을 경악케 하기에 충분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참사를 맞고 있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즉각 IS 수도격인 시리아 락까를 기습공격 했다. 나아가 미국과 러시아를 향해서도 IS공격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유럽으로 볼 때는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통근열차 폭탄테러로 191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된다.

알카에다와 같은 기존의 이슬람테러단체들로부터도 혀를 내두르게 하며, 지난달 10일에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02명이 사망한 터키 사상 최악의 폭탄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달 31일에는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224명을 태운 러시아 항공사 여객기를 폭탄테러로 추락시키기도 했다. 이어 지난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2건의 자살 폭탄테러로 43명의 사망자를 낸 직후 이번 파리 테러로 13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처럼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해지고 있는 IS 테러는 중동은 물론 전 세계를 테러의 공포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젠 ‘이 지구상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이라크의 제2도시 모술을 중심으로 한 지역테러조직에 불과했던 IS가 이처럼 전 세계에 테러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 알카에다와 같이 기존의 테러조직들은 특정한 지역을 장악하지 못한 채 은둔 내지 점 조직화돼 있었다면, IS는 이라크에서 시리아까지 그 영토를 확장해 가면서 세계가 인정하지는 않지만 자신들만의 ‘이슬람국가’라는 국가형태와 함께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다는 말처럼, IS 등 테러조직에 대한 해결책은 어느 개인이나 단체 나아가 특정 국가만의 몫이 아니라는 데 대한 공동의 인식을 갖게 했다. 그리고 전 세계는 한목소리로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테러와의 전쟁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답이겠는가 하고 말이다. “원수 갚는 것은 또 다른 원수를 낳는다”는 말도 있고, “검으로 흥한 자는 그 검으로 망한다”는 진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번 파리 테러에 대해 IS는 미국과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나아가 ‘알라’라는 신(神)의 이름으로 테러를 감행했으니 곧 성전(聖戰)이라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 주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 피의 보복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동의 역사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의 영토와 역사의 아이러니다. 또 십자군 전쟁 이후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국가들은 프랑스의 영향권에 들어갔으며, 이스라엘 등 팔레스타인 지역은 영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부터 오늘의 이 문제는 사실상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오늘의 사태만으로 답을 찾으려 한다면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격과 같을 것이며, 원하는 답을 얻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일본이 한국의 침략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하며, 역사와 영토문제에 대한 바른 인식이 선행돼야 하는 것과 같다.

또한 서로에 대한 종교도 인정해야 한다. 종교는 신념이기에 강제로 그 신념을 무너뜨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목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한 서로에 대한 피의 보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중동 문제와 아프리카 문제를 근본적인데서부터 들여다보며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인 것이다. 중동문제 해결이라는 미명 하에, 또 정의와 평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전쟁을 정당화해 왔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자국의 이득을 위해 나아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거짓의 몸부림이며, 그 몸부림의 결과는 피아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야만 했다.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분쟁과 전쟁을 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참으로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영국의 국제 비즈니스 일간신문인 FT(파이낸셜 타임즈)도 본거지를 파괴한다고 IS를 쓸어낼 수는 없다고 내다 봤으며, 알카에다도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되며, 결국 군사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상대를 인정할 때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해결의 실마리를 정녕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하며, 나아가 온 지구촌의 환난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에 처할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직시하고 자국과 민족의 이득을 넘어 인류의 평화공존을 위해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 내 나라와 민족의 목숨과 종교만 소중하고, 남의 나라와 민족의 목숨과 종교는 소중하지 않는 풍조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대화를 통한 해결이 최우선의 방법이며, 대화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자멸이 아닌 공존을 위해 세계가 하나 돼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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