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좌편향 이념 판결’ 논란에서 비롯된 사법 갈등 사태가 법조계를 넘어 정치권에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1일 한나라당은 법원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결정,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국회폭력’과 전교조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사법 정치”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여권의 사법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규정하고 맞섰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개혁의 대상을 법원으로 보는 한나라당과 검찰로 보는 민주당의 시각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법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의 특별위원회 구성에 앞서 여야의 힘겨루기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원과 검찰의 ‘대치’가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묻는 여당,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부 보수단체의 항의시위, 이에 대응하는 진보단체의 맞불집회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이념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4개 보수단체 관계자 50여 명은 이날 대법원장 공관 주변에서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해 “좌파적인 판결이 나온 데 대한 책임을 져라”며 출근하는 대법원장의 관용차에 계란을 던졌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서울중앙지법 정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PD수첩 무죄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한나라당과 검찰은 사법부 비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결 직후 검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소집된 대검 간부회의를 통해 김준규 검찰 총장이 “이 사건을 무죄로 본 사법부 판단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일 이용훈 대법원장은 출근하면서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며 여권과 언론에서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헌법과 법률, 개인이 가진 양심에 따라 정당한 기소가 이뤄졌는지 판단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 검사는 “PD수첩 정정보도 사건을 판결한 1, 2심 판사 6명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을 단독판사 1명이 마음대로 진실이라고 뒤집을 수 있냐”며 “법률을 떠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장은 “갈등을 조정해 사회구성원들의 통합도를 높여야 하는 법원이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서 갈등을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한민국에는 정한 헌법과 법률이 있는데 판사의 법률적 해석을 이념으로 규정지으면 모든 판결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검찰과 법원의 대치 형국을 이해관계를 위한 해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과 검찰의 팽팽한 대치 형국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9일에는 육류수입업체인 에이미트가 “방송보도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고,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사건도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문제도 검찰과 경찰이 낸 즉시항고 사건과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한 대법원, 고등법원의 판결이 곧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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