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친
조성래

추운 겨울
둘째 며느리인 아내가 대학병원에서 9시간 수술 받고
중환자실을 거쳐
좁은 병실에 누워 있을 때
일가친척들 몰려왔다가 썰물 되어 빠져나가고
둘째아들인 나 홀로
환자 돌보고 있을 때

타박타박 비탈진 병원길 걸어 올라와
등가방 안에서 과일 꺼내주시며 웃던
팔순 아버지 

[시평]
육친이란 무엇인가. 나와 피를 나눈 그런 사람. 그래서 늘 따뜻하고 가까운 사람. 육친의 정이란 실은 평소에 잘 모른다. 너무나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육친의 정이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마음으로 다 하여 마음을 주는 사람. 그래서 이러함이 바로 육친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그런 사람.

아내가 아홉 시간이라는 긴 시간 수술을 하고 누워 있는 병실. 문병을 왔던 사람들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그래서 다시 적막해진 병실. 타박타박 비탈진 병원의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오신 아버지. 등에 지고 온 등가방 안에서 말없이 웃으며 과일을 하나 꺼내 건네주시던 팔순의 아버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니, 하는 그 따듯한 말씀. 듣지 않아도 들리는 아버지의 모습. 육친이란 그 어느 무엇으로도 표현되지 못하는 소중함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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