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비판 측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행된
마녀사냥식 잔혹한 고문·처형

칼빈 옹호 측

“천주교의 부정적 자료는
칼빈 연구할 때 제외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①편에 이어서. 신 집사의 글은 신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에서 현재 중세사를 연구하고 있는 권현익 목사는 즉각 반박 글을 냈다. 그는 “칼빈은 이미 죽어 없어졌지만 그의 명예는 산자처럼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며 신 집사가 인용한 자료에 대해서는 ‘천주교의 쓰레기 자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칼빈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낸 카스텔리옹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에 대해 “칼빈을 연구하는 데 반드시 제외해야 하는 글”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역사적 사료를 제시하면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칼빈으로 인해 학살이 이뤄졌다는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권 목사는 “만일 칼빈이 제네바에서 무자비한 학살을 가하고 있었다면 쥬네브를 다시 빼앗기 위해 손바닥처럼 쥬네브의 형편을 내다보고 있었던 로마 천주교회는 왜 침묵했겠냐”고 반문하며 칼빈 이주 당시 1만 3000명에 불과했던 도시 인구가 1560년경 2만명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권 목사는 종교재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늘날 노회와 같은 목사와 장로들이 모여서 결의하는 기관인 콩시스투와가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기관에서 내릴 수 있었던 최고의 형벌은 수찬 정지로 영적인 죽음을 선언하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세르베투스 사건도 칼빈은 오히려 세르베투스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주장했다.

◆“칼빈 범죄성 자료, 측근이 폐기”

이에 런던 영국성공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유창윤 목사는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칼빈의 범죄성이 드러나는 내용의 사료는 측근들에 의해 감춰지거나 폐기되고 처음부터 공개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세르베투스를 화형시킬 때 그의 모든 자료가 함께 불태워진 것도 같은 원리”라고 역설했다. 그는 “인간이 다른 사람을 불태워 자기 신앙을 고백할 수 없다”며 권 목사가 비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을 오히려 높이 샀다.

유 목사는 “칼빈을 변호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의 배경이 한결같이 칼빈의 교리와 이해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같은 교단 소속 사람들”이라며 “역사나 학문에 교리와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그것은 이미 타락한 학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종교개혁은 본래 영적, 종교적인 자유를 위한 운동이었다”며 “그런데 칼빈은 루터가 가져온 ‘기독교도의 자유’라는 이념을 다른 모든 정신적 자유와 함께 사람들에게서 가차 없이 빼앗아버렸다. 그는 자신만이 신의 말씀을 제대로 해석한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성서 해석을 폭군처럼 막아버렸다”고 말한 슈테판 츠바이크에 지지표를 던졌다.

유 목사는 캠브리지 저널을 인용해 유럽의 마녀사냥을 주도한 지도자들 안에 칼빈이 포함돼 있다는 점과 세르베투스 사건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노력했던 입장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마리안 힐러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가톨릭 기준에서 보면 칼빈 자신이 이단이었지만, 자신이 만든 교리를 기준으로 세르베투스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그의 죽음을 정당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칼빈은 처형을, 시의회는 화형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신학에 너무 자만 말아야”

신성남 집사는 “칼빈의 일부 사역은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신앙이나 신념을 잘못 적용하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결과가 가능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면서도 “그의 학문적 능력이나 신앙적 열정까지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 적어도 돈으로 부패한 한국의 저질 교권주의자들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 사상에 그토록 투철했던 칼빈이 유독 ‘인간의 기본권’과 ‘신앙의 자유’는 왜 그리 쉽게 경시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마치 오늘날 광신적 극단주의자들이 하는 미치니 행위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하나님의 종’이라는 그가 ‘사단의 종’이나 하는 만행을 무수히 저질렀다”고 개탄했다.

신 집사는 “문제는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자기 신학에 너무 자만하지 말자. 사역이 사이비라면 그 교회는 결국 사이비 교회가 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제는 우리도 정통과 밥통의 혼돈 속에서 개신교 부패와 몰락의 방조적 공범자가 돼 ‘중세적 바보’로 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녕 두려워해야 할 시대”라고 경종을 울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