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월 방한한 아웅산 수치여사가 서울시청 시민청을 방문한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5년만의 자유총선서 압승, 단독집권 눈앞
집권여당 패배 인정… 국제사회 환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5년 만에 치러진 미얀마 첫 자유총선에서 아웅산 수치(70)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개표 초반 집권 여당에 압승을 거둬 군부 정권의 종식을 예고했다.

전체 의석의 약 3분의 1이 개표된 가운데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인 NLD이 무려 90% 이상의 의석을 싹쓸이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NLD는 미얀마 전체 14개 주 가운데 4개 주의 상·하원 의석 164석 중 154석(93.9%)을 휩쓸었다고 밝혔다.

미얀마 헌법은 의회 664석 중 4분의 1(166석)을 군부에 할당한다. NLD가 이번 총선에 배분된 상·하원 의석 491석의 67%(329석) 이상을 확보해야 반세기 이상 지속된 미얀마 군부 정권을 끝낼 수 있다.

앞서 현지 매체의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NLD는 80~90%의 지지를 받아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크게 따돌려 압승이 예상됐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매일 여러 차례 개표 결과를 공개한 뒤 이르면 주말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집권여당인 USDP는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테 우 USDP 대표 서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지지 기역에서 크게 패배했다”며 “국민의 선택인 만큼 결과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25년 전인 1990년 총선에서도 NLD가 82%의 득표로 압승했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집권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군부가 25년 전처럼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더구나 NLD의 중심에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NLD이 단독 집권하더라도 내년 초에 있을 대선에 수치여사가 후보로 출마할 수가 없다. 이유는 군부가 2008년 개정한 미얀마 헌법에는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인 국적의 자녀를 둔 사람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국민들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수치 여사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길 희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수치 여사의 두 아들이 영국 시민권자며, 영국인 남편은 1999년 사망했다.

수치 여사는 선거 전 인터뷰에서 NLD가 승리해 대통령을 내면 자신은 ‘대통령직 위의’ 지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일제히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과정은 고무적이며 ‘버마(미얀마의 원래 국명)’의 민주 개혁과정에서 중요한 걸음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성명서를 통해 “인내심과 존엄성, 열정을 보여준 미얀마 유권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한편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미얀마 건국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1988년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군부에 의해 15년간 가택 연금이 됐고, 이로 인해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고도 21년 만에 수락연설을 해야만 했다.

2004년에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가택 연금으로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가 2010년 풀려난 뒤 2013년 평창스페셜올림픽에 초청돼 방한해 광주를 찾아 광주인권상 수상과 함께 광주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