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매운

이민아
 
법원에서 온 명령서는 디아스포라 가족사
그 사이에 놓인 냉면 두 그릇,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란 겨자를 뿌리고 또 뿌린다
거친 생채기에 뿌리는 소금 같은
매운 냉면에 더하는 소금 같은
매운 냉면에 더하는 매운 맛
오늘따라 더 맵다, 그지. 이 악문 눈물 속으로
긴, 냉면의 면발처럼 긴, 그러나 툭, 툭
자주 끊어지는, 유목민의 길이 보인다.

[시평]

이혼청구를 하고, 법원으로부터 이혼 명령서를 받은 두 부부가 마주 앉아 냉면을 먹는다. 냉면을 다 먹고 난 후에는, 이 법원의 명령서에 따라 두 부부는 각기 서로 헤어져, 각각의 삶으로 떠돌아야 하는 디아스포라, 그런 가족이 되고 만다. 서로가 합의를 해서 하는 이혼이지만, 거친 생채기에 뿌리는 소금 같은, 매운 냉면에 더하는 매운 맛 같은, 그래서 오늘 따라 더더욱 매운 냉면을 각기 먹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란 겨자를 뿌리고 또 뿌린 매운 냉면.

이제 이 냉면을 각기 먹고 나면, 그래서 이 냉면집을 나서게 되면, 두 사람은 각각의 길을 가야만 한다. 이 악문 그 가운데,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지는 냉면집에서의 두 부부. 유난히 긴 냉면의 면발. 그러나 툭, 툭 자주 끊어지는 냉면의 면발 마냥, 긴 동안 자주 다투며, 자주 끊기며 살아왔던 세월. 그러나 이보다 더 자주 끊길, 그런 유목의 길, 이들은 그렇게 당분간은 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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