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참전용사 부부 12쌍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6·25 참전 호국영웅 합동결혼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6.25참전유공자 부부 12쌍 합동 결혼식
전쟁 끝나고 생활고에 결혼식 제대로 못 올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힘든 시기에 만나 고생만 시켰죠. 고마워 여보.”
6․25참전유공자 김창도(93, 남)씨가 10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내 우숙자(80)씨를 뿌듯하게 바라봤다.

김씨 부부는 결혼한 지 올해로 60년이 됐다. 어려운 시기에 만나 제대로 된 결혼식도 못 올린 채 한평생 함께 살아왔다. 김씨는 “1955년 아내를 만나 그해 결혼을 했다”며 “당시만 해도 서울이 폐허가 돼 있는 등 결혼생활이 쉽지 않았다. 오늘 아내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힘든 시절을 있게 한 6․25전쟁을 떠올렸다. 김씨는 “65년 전 낮에는 대한민국 영토였다가 밤에는 북한의 영토가 되는 등 치열했던 전투를 잊을 수 없다. 피난 열차를 타기 위해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며 “전쟁터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다신 전쟁이 없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를 비롯해 6․25전쟁 이후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으며 60년을 함께한 6․25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이 10일 합동 결혼식을 올렸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혼인신고만 하거나 결혼식을 간단히 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며 “6․25전쟁 65주년을 맞이해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여생을 더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합동 결혼식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씨는 아내 우씨에게 보내는 편지 ‘60년의 행복한 동행’을 낭독했다. 이어 6․25참전유공자 이종훈(82, 남)씨는 부인 김명연(78)씨와 함께 대표로 케이크 컷팅을 했다. 이씨는 1951년 강원도 김일성고지 전투와 1953년 임진강 전투에 참전했다. 이후 전쟁이 휴전돼 영화사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영화 촬영을 위해 마산에 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결혼식은 치르지 못했다. 최근엔 부부가 모두 대장암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김씨는 “아내에게 면사포 한번 씌어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킨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6․25참전유공자 윤태현(81, 남)씨도 “아내와 사진 한 장 없어 아쉬웠는데 요즘 젊은이들처럼 멋진 웨딩사진도 찍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회혼례의 의미가 크다. 서울지방보훈청이 주최한 이번 결혼식은 군인, 기업, 학생, 시민들의 손길이 닿아 꾸며졌다. 이날 6․25참전유공자 부부는 오전 8시께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서경대학교 미용학과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메이크업을 받았다. 서경대학교 학생 류한별(20, 여)씨는 “전쟁을 겪으면서 몸도 마음도 다 상했을 6․25참전유공자들을 생각해봤다. 결혼식도 못 올리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겪은 어르신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행사장은 6.25참전유공자들로 꽉 찼다. 이들은 예복을 입고 입장하는 6․25참전유공자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 축하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주례를 맡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주례자는 일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자리인 것 같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도 제대로 된 결혼식조차 못 올리고 사신 6․25참전유공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참전용사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이날 예도식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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