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위작 시비를 불러일으킨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미인도’. 천경자 화백은 당시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못알아 보겠나”라며 자신의 작품이 아님을 강력히 주장했다.

천 화백, 1991년 위작 의혹 제기
국립현대미술관 측과 입장 대립
큰딸 제외한 유족들 성명 발표

8년 뒤 위조범 증언 나왔지만
“제작시기보다 먼저 이관됐다”
미술관 실장, 진품 입장 고수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장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장례가 치러진 지 얼마되지 않아 ‘미인도 위작 시비’ 사건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한 매체에 의하면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지난 5일 천경자 화백의 작품에 대한 위작 시비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인도’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또한 천 화백 유족 측은 지난 9일 ‘미인도 위작 시비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를 중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고인이 된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 시비’ 논란은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가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라 위작임을 천 화백이 직접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천 화백의 의혹 제기에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의 제작연도와 소장경위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미인도가 위작이 아닌 천 화백의 진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천 화백의 주장과 천 화백이 그린 작품이 맞다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미술계뿐 아니라 언론계까지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으로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린지 의문만 남게 됐다.

1991년 4월 11일 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를 그린 위작범이 나타난다면 미술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당당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건 발발 이후 8년 뒤인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모씨가 수사 과정서 “화랑을 운영하는 친구의 요청에 의해 달력 그림 몇 장을 섞어 ‘미인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위조범의 증언뿐 아니라 당시 위조범 권모씨를 수사했던 전직 검찰조차 “위조된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사건이 발발했을 당시 진품임을 주장했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씨에 의하면 위조범 권씨가 1984년 위작했다고 그 제작시기를 밝혔으나 미인도는 1980년에 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됐던 점, 미인도(1991년) 사건이 터지기 1년 전 이미 책에 그림이 실렸던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미술관 소장 미인도는 천 화백의 진품이 맞다는 이야기다.

▲ 고 천경자 화백 (사진출처: 뉴시스)
‘미인도 위작 시비’ 사건으로 천경자 화백은 그만 절필하고 한국을 떠나게 된다.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미국에 있는 큰딸 이혜선씨로부터 병간호를 받아오던 천 화백은 지난 10월 뒤늦게 사망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유족들과 지인들, 미술계 인사들과 수많은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위원회(위원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주관으로 천경자 화백 추모식이 진행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한사람이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그의 정신은 그의 작품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유족들을 비롯한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하루속히 진위 여부가 밝혀져,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작품을 둘러싼 범죄 행위가 근절되길 바라고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 진위 규명작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 지난달 30일 서울 시립미술관 본관 1층 로비에서 천경자 화백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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