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젓가락페스티벌-2015 청주’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젓가락 경연대회를 위한 예선전이 지난 10월 28일 청주시 상당구에서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청주시, 젓가락페스티벌 개최… 11월 11일 ‘젓가락의 날’ 선포

수천년 인류와 함께한 젓가락
한ㆍ중ㆍ일 식문화 따라 형태 달라
청주시, 젓가락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이어령 교수 “젓가락은 한·중·일 3국이
문화로 하나 되는 가장 완벽한 콘텐츠”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 어렸을 적 한 번쯤은 불러봤을 동요의 일부다. 이 동요 때문이었을까. 어쩌다가 짝짝이 젓가락이라도 사용하게 되면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하찮게 보일지도 모르는 이 ‘젓가락’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소중한지 엿볼 수 있는 축제가 있어 소개한다.

2015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청주시가 10일부터 오는 12월 17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과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 ‘젓가락페스티벌-2015 청주’를 개최한다. 젓가락페스티벌은 한·중·일 3국이 문화교류를 위해 공동 추진하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왜 하필 젓가락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젓가락은 역사적으로 은나라시대부터 제례의식을 위해 사용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수천년 동안 변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인류의 도구다. 그만큼 역사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특히 젓가락은 중국에서 한국,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됐으며 젓가락의 크기, 재질, 디자인 등을 통해 나라별, 시대별 문화의 동질성과 차이성을 알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한국의 경우 은수저를 비롯한 금속수저를 사용, 2000여종의 유물이 있으며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저가 있다.

한·중·일 각국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음식이 기름지고 뜨거우며, 뼈를 발라낼 일이 없는 데다 둘러앉아 함께 먹는 두레반이 기본으로 넓은 식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한·중·일 3국 중 젓가락이 가장 길며, 형태는 미끄러지지 않고 뜨거운 김에 데지 않도록 플라스틱에 길고 퉁퉁하며 끝이 뭉툭한 원형젓가락을 사용한다.

일본의 경우, 식문화가 좌식으로 1인상을 기본으로 하며 젓가락 끝부분이 뾰족하고 길이도 3국 중 가장 짧다. 짧고 뾰족한 젓가락 모양은 생선 가시를 발라먹을 일이 많고 밥그릇을 들고 먹는 문화에서 왔다. 또한 섬나라의 습한 환경으로 녹슬 우려가 많아 예로부터 나무젓가락을 사용해왔다.

한국의 젓가락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으로 보면 된다. 1인상을 기본으로 하는 좌식문화에 밥, 고기, 전 등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끝이 네모나고 무게감이 있는 금속제 젓가락을 사용해왔다. 또한 국물이 많아 숟가락을 함께 사용했으며, 금속제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구분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데다 보존성이 높아 3국 중 가장 많은 유물이 남아 있다.

▲ ‘젓가락페스티벌-2015 청주’ 포스터 (사진제공: 청주시)

청주시는 젓가락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 당위성에 대해 “한국은 소로리볍씨, 직지, 태교신기, 명심보감, 세종대왕초정약수 등 생명문화의 중심이자 다량의 금속 수저 유물이 출토됐다”며 “특히 청주의 경우 공예비엔날레, 공예마을, 젓가락 장단의 공연예술 등이 풍요롭게 펼쳐지고 있는 고장”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 페스티벌을 제안한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은 “한·중·일 3국이 문화로 하나 되는 가장 완벽한 콘텐츠가 젓가락”이라며 “젓가락을 통해 3국이 문화적 동질성과 다양성을 교감하면서 새로운 상생의 미래를 열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페스티벌은 동아시아문화도시인 청주시, 중국 칭다오시, 일본 니가타시와 세계젓가락문화협회, 각국의 젓가락 문화단체 등이 11월 11일 오전 11시를 기해 국제 사회에 ‘11월 11일은 세계 젓가락의 날’임을 알리는 선포식을 비롯해 취학 전 아동들이 참가하는 ‘젓가락 신동을 찾아라’와 초등부·일반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젓가락 도사를 찾아라’ 등 젓가락 경연대회로 꾸며진다.

이외에도 ‘젓가락과 생명문화, 새로운 비전’을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10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진행됐으며, 페스티벌 기간 동안 젓가락의 역사와 한·중·일 공예작가 등의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젓가락 특별전이 백제유물전시관에서 진행된다.

한편, 청주시는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젓가락 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협의회 형식의 동아시아 젓가락 문화공동체를 구성하고 연구 활동에 나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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