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에 보기 힘든 대재앙이 카리브해의 작고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 찾아 왔다. 문명이 진화해 온 지구촌의 사정 즉, 그 끔찍한 광경까지도 옆집 일처럼 볼 수 있다. 이처럼 죽어가는 인류를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어느덧 마음이 삭막할 때로 삭막해져 어쩌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는가. 인간이 느끼고 깨닫는 기능이 마비되어 간다면 곧 타락이요, 감각이 없다면 짐승과 견주어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면 오직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직접 죽어봐야만 안다는 것인가. 그래도 깨달을까 하는 의문이 없지는 않다.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을 악용, 생명존중의 이념보다 국제적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강점국들의 태도는 아이티 국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며, 아니 인류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처사임을 꼭 기억해야만 한다. 생명존중이라는 구호의 사명 대신 팽창주의적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구호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적어도 우리만이라도 인간생명존중의 절대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그들을 구호해야 한다. 특히 아이티공화국은 6.25동란 때 우리에게 전투 병력은 아니더라도 도움을 준 국가이며, 지금까지 교역을 통해서도 우리는 흑자를 유지해 온 상대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국제적 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의 상황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또한 국민은 없고 정치논리만 난무하는 극도의 혼란을 맞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강진과 그에 따른 여진으로 인해 여는 여대로 여와 야를 낳고, 야는 야대로 여와 야를 낳고, 국민은 국민대로 온갖 미혹과 유혹의 덫에 걸려 판단력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가 전개되고 있다. 아이티 국민이나 이 나라 국민이나 ‘너희를 위해서’라는 구호에 그저 또 두 번 죽는 희생의 제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같이 꼬이고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정신은 사라졌고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물질만능이 가져다 준 나쁜 선물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물질은 쇠하고 낡아지고 사라지는 것임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경인년 올해는 물질만능주의가 끝이 나고 정신세계가 열리는 서기동래의 기운이 시작되는 백호(白虎)의 해라고들 한다. 물질이 지배하던 시대를 끝을 내고 정신이 천년만년의 시대를 이끌어 간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모든 종교에는 선천과 후천이란 의미가 잘 나타나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금의 시대가 끝이 나는 물질의 시대요 선천시대라 할 것 같으면, 시작되는 시대는 정신의 시대요 후천시대요 새천년의 시대임을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이 대목에서 우리가 면밀히 보고 판단하고 깨달아야 할 중대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도래하는 정신의 후천시대를 누구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 오늘날의 종교세상은 이미 물질과 권력과 명예가 하나 되었음은 본인들은 몰라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지구촌의 종말이 아닌 종교의 종말이라고 하는 이 시대는 이미 유불선을 포함 많은 예언서가 한결같이 예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금으로부터 2천 6백년 전 예레미야 선지자를 들어 종교의 종말이 온 이 시대를 잘 설명한 내용이 있다. “이 땅에 기괴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 결국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 바로 바닥을 드러낸 오늘날 종교 현실을 미리 말한 것이다. 이 시대 종교로는 더 이상 세상을 선도할 능력을 상실했다. 그것은 외려 세상이 종교를 염려해야 하는 주(主)와 객(客)의 입장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종교는 세상을 말하고, 세상은 종교를 말하니 온 세상은 거짓의 세상이요 혼돈의 극치요 종교의 아비규환이다. 

이럴 때 그래도 우리에게 한 가닥 희망과 미래를 열어 주는 사례가 있다.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며 또 미래를 건설하자며 말로만 천 냥 빚을 갚고 있을 때, 진정 나라와 민족 그리고 미래를 위해 묵묵히 평생을 일해 온 진실한 대한국인 재불 역사학자 박병선이 있었다. 잠시 그를 소개하고 싶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한국의 잊혀진 역사 자료와 발굴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며 3천만여 종의 책자를 뒤져 결국 구텐베르크의 성경책보다 무려 73년이나 앞서 인쇄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직지심체요절)을 찾아내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1866년(고종 3년)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를 빌미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해 일어난 병인양요 등의 역사를 프랑스인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을 설득할 자료 또한 꾸준히 연구해 왔다. “네 자신을 알라는 한마디가 역사공부의 시작이 됐지요. 나 자신을 알아야 남도 알고 또 그래야 발전할 수 있기에 역사공부가 필요합니다.”

역사와 뿌리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요, 진정한 정신의 회복임을 박병선 씨는 소리 없이 일깨우고 있으며, 실로 그녀가 찾은 것은 직지심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긍심이었다.

이젠 진실한 애국자를 찾아야 한다. 종교 또한 종교의 정신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 정신이니 그 정신은 하늘의 정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하늘의 정신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하늘의 문화를 깨닫는 것이요 이 땅에 심어야 할 영원한 하늘문화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선천 즉, 물질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길이요 후천의 정신이 지배하는 시대임을 인식하고, 올바른 데 귀 기울여 시대를 읽을 수 있는 현명한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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