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종교인들이 20일 모임을 갖고 정부의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충북 종교인들이 20일 오후 2시 청주 수동성당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정부의 세종시 수정을 중단하고 국민 대화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불교계 현진스님(청주 관음사 주지), 혜철스님(옥천 대성사 주지), 혜전스님(청원 석문사 주지)과 유교 박영순(청주 향교), 천주교 곽동철(청주 수동성당) 신부, 최현규 신부, 최종일 신부, 기독교 노영우(청주노인의 집) 목사, 이근태(보은 학림교회) 목사, 김태종(청주 삶터교회) 목사, 성낙현(갈평교회) 목사, 성귀영 목사 등 충북 종교계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시민단체 송재봉(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두영(충북·청주 경실련) 사무처장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수동성당에서 충청권 종교계 확대회의를 개최해 추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성명서 전문>

이명박 정부는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정부의 세종시 수정 중단하고 국민 대화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종교간 지역간 계층간 화해와 일치로 국민통합과 나눔의 가치가 넘치는 나라를 염원하며 오랫동안 성직의 길을 걸어온 우리들은,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에 의해 탄생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방식으로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하나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통합과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정부의 도리일 터인데 지금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다는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정부가 사회적 약자의 주장은 무시하고 강자의 이익을 더 크게 생각한다는 불신의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정부는 지역민의 꿈과 미래가 담긴 세종시를 여론몰이를 통해 백지화 시키려는 빗나간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와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며, 우리사회는 치유할 수 없는 신뢰의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정의와 사랑 그리고 자비심을 전하는 우리들이 갈등의 한복판에 직접 나서지 않고 세종시 정국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평화롭게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깊은 침묵의 기도를 드려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들이 더 이상 침묵으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끼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세종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라는 대의명분에 의해 추진된 일입니다. 따라서 세종시를 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요구가 해소되었거나 시대적 요구사항의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해야 할 만큼 세종시를 백지화 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상황변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 수도권으로의 집중현상이 강화되고 있으며, 지역경제와 지역민의 삶은 더욱 어려위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더 크고 근본적인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와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밝힌 세종시 수정안은 원안보다 더 긍정적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세종시 정책의 핵심 목표인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고민의 흔적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고민하여 만들어진 계획도시 세종시는 단 2개월 만에 급조된 무계획도시로 변하였습니다. 지방과 주변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로 구상된 세종시는 토지 헐값 매각과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지방과 주변지역의 기업과 자원을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 생태도시 세종시는 거대한 공업단지로 변하며 전국의 기업도시와 차별성도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수도권과밀해소와 균형발전의 선도 사업 세종시는 재벌과 대기업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피땀으로 일구어온 문전옥답을 내어준 지역민들의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모든 사안을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계산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말 중요한 사람의 마음을 너무 소홀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종시문제로 촉발한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수도권과 지방의 나눔과 공존의 가치를 허물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쌍방향성의 소통문화는 사라지고 지역민을 이해와 설득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오만과 독선만 남게 되었습니다. 국론을 통합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보듬어 주는 정부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원칙과 정의와 법치에 기초한 신뢰는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정부가 먼저 법을 어기며 관철하려는 세종시 백지화는 국가 백년대계도 아니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급할수록 멀리보라 했습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당장 배고프다고 씨종자까지 모두 먹어치우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기를 이명박 정부에게 고언 합니다. 또한 우리는 지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난의 길이 될지언정 지역민의 뜻을 모아 이 어려움을 이기는 일에 함께 할 것임을 밝힙니다. 

                                          2010년 1월 20일 

                                       충북지역 성직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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