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은 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0년 9월 공개됐던 증도가자 ⓒ천지일보(뉴스천지) DB
문화재청 “확대 해석 말라” 해명
“지정 조사단 구성, 조사 추진 중”
금속활자, 우리나라서 처음 기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금속활자로 찍어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은 세계 최고(最古) 기록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직지를 찍어낸 활자보다 앞선 금속활자라 주장해 5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증도가자’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 포함 고려시대 활자 7개에 대한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행, 이들 활자가 이중단면으로 된 것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위조된 활자로 추정하며, 부식된 것처럼 꾸미려고 성분이 다른 물질을 덧붙여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실물뿐인 상황에서 누가, 어떠한 이유로, 언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활자를 매입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이나 지금까지 가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이들이게는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이 됐다.

특히 분석을 완료한 활자 중에는 증도가자가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증도가자는 지난 2010 년 9월에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남권희 경북대 교수와 함께 12개의 실물 활자를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직지보다 138년이나 앞섰다는 주장으로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2014년 6월부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총 109개 증도가자에 대한 용역 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 2월에는 109개 중 62개를 증도가자로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위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7개의 활자 중에 증도가자가 포함되자 직지를 찍어낸 활자보다 앞선 활자라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말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재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지난 27일 문화재청은 “‘증도가자는 가짜, 최고 (最古) 활자 아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며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점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지정 신청된 모든 금속활자로 확대해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대상인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점은 국가지정 문화재 지정 신청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3개 분야 12명의 ‘고려금속활자 지정 조사단’을 구성해 증도가자에 대한 지정 조사를 실시 중에 있다”며 “조사단에서 제시된 의견에 대해 합리·과학·객관적으로 지정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의 해명이 없었다면 모든 증도가자가 ‘가짜’가 될 뻔한 것이다.

금속활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기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놋쇠·납·무쇠 등을 녹여 부어 만든 금속활자는 ‘주자(鑄字)’라고도 하며, 재료에 따라 동활자(銅活字)·철활자(鐵活字)·연활자(鉛活字) 등으로 나뉜다. 그 중 ‘놋쇠활자’라고도 하는 동활자는 가장 많이 만들어져 사용됐다.

금속활자의 발명과 사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원했다고 하나, 초기의 기록이 전해진 바 없어 언제 누구에 의해 이뤄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고려·조선시대의 금속활자는 구리·철·납 등 여러 가지 금속이 사용됐으나, 현대의 금속활자는 납을 주로 하는 합금(合金)이며, 형태는 사각 기둥으로 자면(字面)에 글자가 뒤집어져서 튀어나오게 새긴다.

활자 몸체의 길이는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한국은 2.3875㎝, 미국은 2.489㎝, 독일은 2.357㎝, 러시아는 2.514㎝ 정도다. 크기에 따라 가로·세로의 치수가 각각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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