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감자장학회 박무웅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돌감자장학회 박무웅 회장을 만나다

가나안학교 김용기 교장 강연
인생 터닝포인트 장학회 품고
강화도마니산 결심 사업 추진

40년 전 6만원 장학금 종잣돈
수백명 혜택… 조선족 20년째
돌감자 새둥지 내년 5월 완공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동해의 푸른 파도와 설악의 수려한 기상을 안고 자리한 속초. 그곳에 40년을 한결같이 그윽한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이 있다는 소식에 찾아 나섰다. 어두운 그늘에 움츠려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해맑은 미소와 미래의 꿈을 선물한다는 그 향기를 따라 끝자락에 도착해보니 바위보다 더 묵직한 돌 위에 핀 ‘감자꽃’이 수백 송이 피어나 저마다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세월 동안에도 그 마음 변치 않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어린 학생들을 품고 살아가는 ‘돌감자장학회’ 박무웅(73) 회장이 그 향기에 주인공이다. 기자를 너털웃음으로 반갑게 맞은 박 회장은 돌감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동안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손자 자랑에 웃음꽃이 피어나듯.

◆큰스승 만난 청년 박무웅, 큰 뜻을 품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다 그러하듯, 박 회장도 어린 시절 참으로 어려운 환경을 보냈다. 1941년(호적 1942년생) 함경도 아오지탄광에서 태어난 그는 주봉국민학교(설악초등학교 전신) 4학년 때 한국전쟁을 맞았다. 고교 2학년 무렵에는 집안이 급격히 기울어져 경제적으로 위기에 닥치게 된다. 재산을 모아 운영한 장사도 안돼 부모님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대대로 물려받은 문중 땅과 집도 모두 잃고, 외갓집 빈 공터에 움막집을 짓고 살아야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박 회장은 속초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농업대학(현 서울시립대) 농공학과(농업토목과)에 입학했다. 집안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그는 이른 새벽과 오후에 신문배달을 하여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소망을 잃지 않았다.

그 무렵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61년 평생의 잊지 못할 큰 스승인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교장을 만나게 된 것이다. 김 교장은 강연에서 “농업은 천하지대본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 농업을 통해 가난을 퇴치하는데 너희 대학생들이 나서서 성냥불을 그어야(지펴야) 한다”는 그 한 마리가 박 회장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박 회장은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돌감자장학회’가 움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5년 10월 3일,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박 회장은 강화도 마니산에 올라가 장학사업의 큰 뜻을 마음에 품고 ‘돌감자장학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진실·최선·봉사’를 회훈으로 삼고, ‘돌 위에 감자꽃을 피우자’라는 장학회 취지를 담아 슬로건을 내걸었다.

장학생 선발 기준도 여느 장학회와 달리 유별나다. 공부 잘하고 모범생을 선발 기준으로 두지 않았다. 공부도 못하고 성격도 모나지만 소망을 품고 도전하는 아이들, 부모가 없어 기댈 곳이 없는 아이들, 조부모를 모시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아이들이 ‘돌감자’가 될 수 있는 자격(소년소녀가장·결손가정·농어촌학생)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자신의 적은 봉급을 쪼개서 ‘6만원’을 모아 장학기금 종잣돈으로 삼았다. 설립 첫해인 75년 2명의 학생에게 2만원씩을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본격적인 장학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40년간 돌감자장학회의 손길을 거친 아이들은 수백명에 이른다. 협력자도 생겼다. 장학사업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과 필리핀에도 미쳤다.

한중수교 2년이 지난 1994년, 독립운동을 했던 조선족 2,3세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중국 흑룡강성 연수현 조선족중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도움의 손길은 20년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박 회장은 매년 11월 중국 연수현 학교를 방문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고,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연수현 조선족중학교 최인범 교장도 감사의 마음을 편지로 보내와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 돌감자장학회 박무웅 회장이 돌감자 회원들의 새보금자리인 원두막을 손수 짓고 있다. 원두막은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돌감자 2·3세 장학사업 이어가길”

박 회장은 ‘돌감자 장학지’를 만들어 돌감자 가족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돌감자 식구는 매년 박 회장의 자택에서 신년 가족모임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면서 편지쓰기, 전화걸기 등으로 서로를 독려한다. 환경캠페인 등도 전개하며 꾸준한 자원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선행이 알려져 박 회장은 1994년 ‘서울시민 대상’을 수상하고 ‘자랑스런 서울시민 6백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돌감자 장학회 자료는 남산 타임캡슐에 봉해져 후대에 전해지게 됐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식지 않는 박 회장의 열정은 돌감자 2·3세에게도 그대로 전달돼 장학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해마다 10월 3일은 돌감자장학회의 날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지부의 돌감자 회원과 후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행사와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박 회장은 이들을 위해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정답게 웃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돌감자들의 새 보금자리인 원두막을 손수 짓고 있다.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드리운 아늑한 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원두막은 내년 5월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있어 돌감자들은 마음으로 낳고 기른 아들과 딸이자, 가족과도 같은 존재이다.

박 회장은 “어려운 형편에도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마음에 품은 희망을 놓지 말고 우직하고 묵묵하게 행동으로 옮겨주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마음과 생활이 인생의 꿈과 소망을 이루는 귀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돌감자 2·3세들에게 “장학사업은 쉽지 않을 길이지만 돌감자들이 서로를 보살펴 주고, 이웃과 사회를 따뜻한 마음으로 돕고 품는다면 그 향기는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바람을 잊지 않았다.

◆ 박무웅 회장 약력
1975년 10월 돌감자장학회 설립
1994년 서울시민대상 수상, 자랑스런 서울시민 6백인 선정
         중국 조선족중학교 장학금 전달(매년 11월)
2013년 3월 제13대 속초문화원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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