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계좌이동제’ 시행 D-day가 밝았다. 시행 전후 가장 큰 차이는 이제는 영업점 방문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자동이체 내역을 조회하고, 클릭 몇 번으로 자동이체 계좌를 한꺼번에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통신사의 ‘번호이동’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점은 이동과 동시에 모든 정보가 넘어가는 번호이동과 달리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이동하더라도 기존 은행의 계좌와 잔액은 유지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간편 자동이체 변경 서비스’에 가까운 계좌이동제가 정부의 바람과 같이 금융권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계좌와 잔액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결국 자동이체 거래가 많아지면 기존 계좌의 잔액이 신규 계좌로 옮겨가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 지배적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자동이체 등록이 가능한 수시입출금식예금 계좌는 9월 말 기준 291조 3000억원이다. 지난해 자동이체로 각종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만 799조 8000억원에 달한다. 건수만도 26억 1000만건이다. 은행들은 800조원 규모의 자동이체 시장에서 기존 고객은 지키고, 타은행의 고객은 모셔오기 위해 앞다퉈 주거래 고객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놨다

◆ 신한, 가족과 함께 나누는 혜택이 강점

 
가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신한은행은 앞서 출시한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 외에 ‘신한 주거래 온(溫) 패키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패키지는 주거래 고객들에게 좀 더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입출금 통장과 적금 상품으로 구성된 주거래 우대 패키지에 ▲신한 주거래 온가족 서비스 ▲신한 주거래 생활비 대출 ▲신한 주거래 카드가 추가된 형태다.

새롭게 추가된 주거래 온가족 서비스는 주거래 고객에 제공되는 각종 금융혜택을 가족(4명)과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급여이체, 신한카드 결제 실적, 공과금 자동이체, 유동성 평잔(평균잔액) 30만원 이상 유지 등 우대요건 4가지를 충족하면 당행 인출수수료, 자동이체 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되고 타행이체 수수료도 면제(월 합산 20회 이내)된다.

주거래 우대적금 가입 시엔 최대 2계좌에 한해 0.5%포인트(p)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재직·소득 증빙 없이 거래실적과 신용등급만으로 대출한도가 부여되는 신용대출 상품(최고 500만원 이내)도 출시했다. 또 카드와 협업해 신한은행 주거래 고객에 대한 포인트 적립혜택을 강화한 ‘신한 주거래 카드’도 내놨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기존 직장인 우대 통장과 통합한 ‘주거래 우대 통장’, ‘주거래 미래설계 통장’으로 구성된 주거래통장을 선보였다. 이 상품들도 인기를 끌면서 이달 26일 기준 94만 3139계좌에 2조 7122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 KB국민, 결제 1건으로 수수료 무제한면제

 
KB국민은행은 수수료면제에 더 힘을 줬다. 지난 7월 31일 계좌이동제 대비 상품으로 ‘KB국민ONE통장’을 출시했다. 이 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공과금 이체나 KB카드 결제실적이 한 건만 있어도 3대수수료(전자금융타행이체수수료, KB자동화기기 시간외출금수수료, 타행자동 이체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일정 금액 이상의 사용기준을 정해놓은 타은행과는 확실한 차별 포인트다. 여기에 급여이체, 연금수령, 가맹점 결제 중 하나라도 추가되면 타행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 월 5회, SMS입출금내역통지수수료, KB자동화기기 타행이체 수수료 월 10회 혜택이 더해진다. KB국민ONE카드와 연계해 적립률도 0.5%에서 0.8%로 높여주고 카드 포인트는 현금처럼 출금도 가능하게 했다. 반응도 좋다. 18영업일 만에 가입고객 10만명을 돌파했고 26일 기준 32만 5426좌, 7018억원을 달성했다.

국민은행은 KB국민ONE통장과 함께 급여이체 특화상품인 직장인우대종합통장으로 경쟁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지난 26일 기준 356만좌 6조 5079억원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주거래 상품 외에 사회초년생, 18세 미만 고객, 은퇴노후고객, 직장인 등 금융 소비자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금융상품도 판매 중이다. 주니어라이프와 스타 통장은 전자금융이체,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은 타행이체 수수료도 면제해 준다.

◆ KEB하나, 통합멤버십 ‘하나머니’는 덤

 
KEB하나은행은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을 포함해 입출금통장(행복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 신용대출(행복투게더 프리미엄 주거래 우대론), 카드(하나 멤버스 1Q) 총 4가지 패키지를 중심으로 주거래 고객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통합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은 입금 주거래(연 0.2%), 하나금융 멤버십 회원 대상 최고 연 0.3% 등 최대 0.8%의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출시 16일 만인 지난 22일 5만좌를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행복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은 연금이체 실적이 있으면 우대금리가 제공되고 생활비 지정일 이체,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 카드사용실적 등이 있으면 은행수수료가 면제되는 수시 입출금 통장이다. 대출상품인 행복투게더 프리미엄 주거래 우대론은 급여이체, 아파트 관리비 이체 등 주거래 실적에 따라 최고 1.5% 우대를 제공한다. 하나 멤버스 1Q카드는 사용금액에 따라 월 최대 5만원 지급, KEB하나은행 결제계좌 이용고객 월1회(4000원) 커피할인 등을 해준다.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출시된 4가지 패키지 상품의 현재(20일 기준)까지 총 판매좌수는 149억 6464좌에 달한다. 한편 계좌이동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일

‘통합 하나멤버스’도 선보였다. 이는 하나금융그룹 내 6개 관계사의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하나머니(Money)’를 적립하고 적립된 하나머니를 OK캐쉬백이나 SSG 머니(신세계 포인트) 등 제휴 포인트와 합산해 포인트를 모든 금융거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 우리은행, 우대 조건 완화한 상품으로 경쟁

 
우리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주거래 통장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해 시행 중이다. 지난 3월 출시한 ‘우리 웰리치 주거래 패키지’는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단순화했다. 급여 또는 연금이체, 관리비 또는 공과금 등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등 3가지 조건 중 2가지 이상 충족 시 수수료를 무제한으로 이월해준다. 또 타은행 ATM출금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입출금식통장·대출·신용카드로 꾸려진 패키지 상품의 얼굴 격인 ‘우리 웰리치 주거래예금’은 지난 26일까지 101만 7643계좌에 1조 7302억원을 모았다. 적금과 예금의 장점을 결합해 적금처럼 자유롭게 추가 입금이 가능하고 만기 시 자동으로 재예치돼 최장 10년간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 생애주기별 상품도 추가했다. 5세 이하 영유아를 위한 ‘우리 아가 사랑 패키지’와 어린이 및 부모를 위한 ‘좋은 엄마 아빠 패키지’, 청소년을 위한 ‘우리 YG 패키지’ 등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지난달 1일에는 주거래 일정 요건 충족 시 통신비 및 아파트관리비 출금 전용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주거래 통신·관리비 통장대출’도 출시했다. 이는 주거래통장에서 주요 생활비가 연체되지 않도록 통신비나 관리비같이 실생활에 필요하지만 연체가 잦은 지출비용에 대해 자동납부일에 통장 잔액이 부족한 경우 마이너스 통장방식으로 출금해 납부를 해주는 게 특징이다.

◆ NH농협, 맞춤형 상품 및 혜택으로 승부수

 
NH농협은행이 ‘3종 주거래 상품’과 ‘NH올원카드’로 대응 중이다. 3종 주거래 상품은 고객군별로 상품을 세분화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한 ‘NH성공파트너 패키지(5월)’ ▲연금수령 고객을 위해 선보인 ‘All100플랜 패키지(7월)’ ▲급여고객 등을 위한 범용상품 ‘NH주거래우대 패키지(9월)’가 이에 해당한다. 이 3종 주거래 상품은 지난 1일 기준으로 30만좌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NH주거래 우대패키지 상품은 10일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주거래 조건 충족 시 최대 연 2% 금리우대, 농협은행과 농축협 2만 6000여개 자동화기기 수수료 무제한 면제, 별도 소득확인 서류 제출 없이 최대 300만원 간편대출, 보이스피싱 무료보험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월간 한도 제한 없이 ATM 타행이체수수료와 전자금융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된다.

더불어 범농협 계열사에서 다양한 혜택을 통해 농협은행 주거래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NH올원카드’를 지난 3월부터 출시해 판매 중이다. NH올원카드는 카드 포인트와 별도로 전국 8000여개 농협 금융·유통매장서 이용 시 채움포인트 추가적립 및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은행권 최초로 입출식통장 및 신용대출거래에 대한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전월 실적 관계없이 전 가맹점에서 2만원 이상 이용 시 건별 이용액의 0.7~0.9%를 적립해준다.

◆ IBK기업, 평생한가족통장 중심으로 대응

 
IBK기업은행은 패키지 예금상품 ‘IBK평생한가족통장’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 상품은 입출식·적립식·거치식예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입대상은 개인고객이다. 주거래 조건이 충족되면 입출식통장의 경우 전자금융 수수료, 자동화기기 출금·이체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면제 및 환전, 송금 시 70% 환율 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적립식과 거치식상품은 각각 연 0.3%포인트와 연 0.15%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또 적립식과 거치식 상품의 경우 대학교 학자금, 결혼, 출산, 주택구입 등 사유로 중도해지 신청 시 특별중도해지금리를 제공한다.

주거래 고객은 ▲급여이체 또는 연금수급 ▲입출금통장 월평잔 100만원 이상 유지 ▲아파트관리비 또는 지로/공과금 3회 이체 ▲개인대출 보유 ▲신용(체크)카드 이용 월 30만원 이상 사용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적립식, 거치식 상품 가입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적립식과 거치식은 모바일뱅킹인 ‘i-ONE뱅크’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기업은행은 상품 출시를 기념해 올해 말까지 ‘IBK평생한가족통장’의 입출식, 적립식, 거치식 상품에 모두 가입 시 OTP발생기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더불어 기업은행은 지난 2월 23일부터 계좌이동제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관련 제도 및 규정 등을 정비하고 제반 시스템 개발구축을 총괄하고 있다. 향후 타은행처럼 주거래 혜택을 강화한 카드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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