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청년표를 의식한 일회성 정치쇼인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복지정책의 대안인가?
성남시가 관내 특정 연령의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는 ‘청년배당’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청년 활동비’ 제도, 경기도의 ‘일하는 청년통장’까지 최근 수도권 지자체에서 청년복지를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청년배당은 ‘무상 산후조리원’과 ‘무상 교복’ 정책을 내놨던 성남시의 세 번째 무상시리즈다.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기본 소득(Basic income)’ 개념을 우리나라 정책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기본 소득을 다른 말로 하면 ‘사각지대가 없는 보편적 복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 포퓰리즘 논란
수도권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청년복지정책을 둘러싼 쟁점이 정치권 한복판으로 옮겨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인데, 2011년 ‘무상복지’ 논란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추진하려는 ‘청년배당’을 놓고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라며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당지급은 청년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정말 옳지 못한 행위”라며 “마치 아르헨티나를 망쳐놓은 페론 대통령, 그리스를 망친 파판드레우 총리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시장은 성명서 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일괄지급을 약속했지만 지키지도 못했다”며 “청년배당이 청년표 매수행위면 이것이야말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도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혁신은 국가적 현안과제”라며 “구체적인 내용이나 효과성 검토 없이 ‘포퓰리즘' 등의 프레임 논쟁을 부추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지자체 청년복지정책에 초강경 발언을 낸 것은 지난 2011년 불었던 ‘무상복지’ 열풍이 이번 청년배당 문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의식해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당시 무상급식 문제로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했고, 이후 새누리당은 ‘무상복지’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자치단체가 복지문제로 고민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야당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정치 병폐”라며 “여당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 무상복지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에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내년 총선에도 무상복지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복지 정책에 찬반 양론 팽팽
성남시가 다소 생소한 기본 소득 개념을 적용해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내놓자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존 복지정책의 대안으로 청년복지 정책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청년 다수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재정부담으로 지방정부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중앙정부에서 청년복지정책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이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업, 주거, 노동의 질 문제에 대해 공공이 자기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청년을 위한 정책이 취약하다. 시도가 없이 개선이 있을 수 없기에 정부의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런 청년정책이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일회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지방정부가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지 고기를 줘선 안 된다”며 “두 사람 모두 대권에 관심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나온 공약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평가도 찬반 양쪽으로 나뉘고 있다. 성남에 사는 취업준비생 박정민(22) 씨는 “돈을 떠나서 청년에게 어떻게든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지급수당은 많지 않지만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청년배당 정책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직장인 마다연(25) 씨는 “근본적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부자나 일자리가 있는 청년에게 똑같이 준다는 것은 그야 말로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청년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성남시는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표를 위한 거면 노인정책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기본소득이라는 철학적 기초 위에, 법적 근거를 갖추고 예산 편성 등 실질적 진행을 위한 검토까지 마친 준비된 정책이다. 이 시대의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청년세대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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