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천지일보(뉴스천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장점을 발견하는 힘
궁벽한 산골 작은 절에서 한 해 10만 명 찾는 절로

2000년 봄이었다. 백양사 운문암에서 동안거 해제를 하고 미황사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자고 난 아침이었다. 아랫마을 사는 노보살님이 밥을 해주러 올라와서는 “오메 시님 오셨소! 그나저나 스님 축하하요”한다. “축하는 무슨 축하요?” 궁금해서 물으니, 주지 현공스님이 어제 떠나면서 “‘인자 금강스님 보고 주지스님이라 하시오’ 했당께요”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아득해졌다. 지난 겨울 선방에서 유달리 공부가 잘 되어 ‘이왕 시작한 공부 뿌리를 뽑으리라’ 마음먹은 참이었다. 내친 김에 옷가지 몇 개 챙겨 떠나려고 들른 길인데 발목이 잡힌 꼴이 되었다. 그때부터 망연히 세심당(洗心堂) 차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 본문 95쪽 <자, 차나 한 잔 하십시다> 中

미황사는 이 땅 남쪽의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사찰로 서울에서 이른 아침밥을 먹고 출발해도 저녁 때 맞춰 그곳에 도착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오래된 역사와 더불어 달마산을 뒤에 두고 앞으로 남해가 보이는 풍광을 가지고 있는 미황사는 여느 천년 고찰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 곳이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폐사에 가까운, 퇴락한 ‘옛절’이었다.

하지만 그 궁벽한 산골 절을 찾는 사람이 이제 1년에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미황사에 머물면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싶다고 발길을 두는 사람도 매해 5천 명을 넘어선다.

이 궁벽한 산골의 작은 절을 사람들로 넘쳐나게 만든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그 힘의 중심에는 2000년부터 미황사 주지로 살고 있는 금강(金剛)스님이 있다. 금강스님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장점을 발견하는 역발상을 통해 세상과 호흡한다.

마을 주민을 주인공으로 세워 산사음악회를 열고 세상 누가 찾아오든 마음 편히 스님과 차 한 잔 할 수 있도록 사찰 문을 활짝 열었다. 사람들은 세상과 호흡하고 자신의 고민을 받아주는 미황사 그리고 금강스님에 열광한다.

이 책 속에 있는 금강스님의 글들에는 이렇게 사람들과 호흡하는 미황사의 사계와 24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스님은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해준 것이라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차 한 잔을 대접한 것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사찰뿐 아니라, 종교가 세상과 어떤 형태와 방법을 통해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또 다른 방법 한 가지를 일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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