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극장, 책을 읽다’ 이상봉의 북콘서트에서 이상봉이 김연아의 스케이팅 의상을 작업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글·조각보·단청 등 전통문화 보며 영감 얻어 패션과 접목
“한글 패션 작업할 때 ‘내 꿈을 조금 버리자’고 마음 먹었다”

“찢어진 곳을 색실로 꿰매보고, 지워지지 않는 얼룩엔 물감 칠해
패션 즐기기 위해서는 도전 필요해… 다양한 것 접목해 보라”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마다하지 않는 그다. 소소한 일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아내고 그것을 관찰하고,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조차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의 대표 디자이너 이상봉의 일상 모습 중 일부다.

그는 1980년 패션디자이너로 데뷔해 1985년 ‘이상봉 부티크’를 명동에 오픈하고, 꼬박 30여년을 디자이너로서 살아왔다.

이상봉은 한글·조각보·단청·산수화·소나무·자수·자개 등 우리나라 전통문화에서 영감 얻어 패션과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얼마 전에는 이상봉(LIE SANGBONG) 브랜드 30주년을 기념한 컬렉션도 성황리에 마쳤다.

30여년 이상 한길을 걸어온 그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삶과 작업, 패션철학과 열정, 디자인에 대한 영감, 자신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지난 24일 오후 3시 부평아트센터에서 ‘극장, 책을 읽다’ 이상봉의 북콘서트가 마련됐다. 그곳에서 당당하면서도 소박해 보이는 디자이너 이상봉을 만났다. 사실 기자는 북콘서트가 열리는 장소로 가던 중 지하철을 타고 있는 이상봉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의외의 모습에 기자도 조금은 놀랐지만 세계적인 디자이너와의 거리감이 조금은 좁혀진 것 같아 반가웠다.

지하철 안에선 “무한도전에 나왔던 디자이너 이상봉이야”하며 기자보다 먼저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눈에 띠었다.

강의가 시작되자 그는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휴대전화로 사람들의 신발을 찍기도 하고, 상인이 판매하는 작은 소품을 구입해 볼까도 생각했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객석에 자리한 사람들은 조용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는 “한글 패션 작업을 할 때는 내 꿈은 조금 버리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고백했다. “내 꿈을 조금 버리자”는 대목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포기하고서라도 또는 양보하고서라도 그 일만큼은 해야만 한다는 사명의식’이 그의 생각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이상봉은 의무감 또는 책임감을 안고 우리나라의 문화 요소를 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그의 노력과 생각이 고스란히 작품에 스며들게 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글을 접목한 패션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 
 
▲ 지난 24일 부평아트센터에서 ‘극장, 책을 읽다’ 이상봉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상봉의 북콘서트에는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다.

그는 미래 패션디자이너가 될 꿈나무들에게 “사물을 남다르게 관찰하는 것과 손으로 만지면서 느껴지는 것을 감상할 줄 아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말이 아니라 이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이다. 그는 한글 패션 접목 이후 가까이서 주변의 것을 먼저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절이나 궁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청을 관찰하고, 창살과 자수를 관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또 다른 작품이 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자꾸 열리게 됐다. 실제 단청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한글에 이어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됐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로서 영감을 얻는 것은 중요한 것인데, 영감을 거창하게 멀리서 얻으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는 “바로 내 책상 앞에 놓여져 있는 것들, 즉 내가 사랑하고 갖고 싶어서 소유하게 된 소품들을 관찰하고 오감으로 느껴보는 가운데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이 갖춰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이 패션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패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 다양한 것을 이것저것 접목해 보라. 몇십년을 디자인만 한 디자이너도 그렇게 한다. 찢어진 곳이 있다면 색실로 꿰매서 입어보고, 뭐가 묻어서 안 지워지는 부분이 있으면 물감을 칠해보면 어떨까. 엄마 옷도 가끔씩 빌려 입어본다면 색다른 패션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100년 후 한글이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억도 안 되는 인구가 사용하는 한글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사실 든다”며 “한글이 세계화 되고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고맙다’ ‘사랑한다’는 등 단 한 단어라도 한글로 편지를 써서 남겨보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고 한글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