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성인권사의 주역 이연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연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
“한국, 세계여성운동 후발주자에서 중심국으로 부상”


제1회 세계여성대회 참여 계기
여성인권 문제 새롭게 일깨워

전쟁 중 성폭력 방지장치 필요
평화 위해서도 여성교육 효과적

일제와 6.25에도 문화지킨 한국
그 중심에 장독 지킨 어머니有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이연숙(80)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을 대하면 한국여성인권사(史)의 산 증인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남녀 임금격차를 법적으로 해소한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은 그가 여성근로자에 대한 임금격차와 결혼‧임신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둬야하는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회에 상정됐고, 중3여중생이 같은 점수를 받고도 여고가 부족해 인문계에 진학 못하는 현실을 언론을 통해 문제 삼으면서 남녀공학이 일반화됐다.

정치도 눈치 빠른 여성이 더 잘 할 수 있고, 인구비를 따지면 국회의원 중 50%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다소 강하면서도 설득력 있다.

1975년 유엔이 주최한 제1회 세계여성대회에 참여한 것을 기점으로 국내에 여성인권이라는 개념을 알리고 관련 문제 해결과 여성지도자 교육에 매진해온 이 회장을 유엔의 날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지난 3월에도 ‘여성 유엔 총회’라 불리는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에 참여해 세계여성운동의 흐름을 익히고 각국 여성지도자들과 교류했다. 그는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현재도 지역사회 여성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여성대회 참여 후 韓여성인권문제 일깨워

멕시코에서 열린 제1차 세계여성대회에 다녀온 우리 대표단이 국내 여성인권의 현실을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도 여성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유엔은 1975년을 ‘세계여성의 해’, 1975~1985년을 여성을 위한 기간으로 정하고, 1975년에 ‘1차 세계여성대회’를 멕시코에서 열었다. 이연숙 회장은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정무장관을 맡아 한국 대표단 일원으로 멕시코 대회에 참여했다.

당시 멕시코 대회에 참여한 이 회장 일행은 새벽부터 밤까지 필요한 세션에 들어가 여성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부지런히 익혔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왜 유엔에서 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는 하지 않느냐며 국내 여성인권문제를 지적하고 여성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이 처음 여성인권문제를 언급할 당시는 여성의 임금차별은 물론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퇴사하는 것을 당연시하던 때였다. 이 회장은 당시 임신으로 퇴사 위기에 놓인 조흥은행 여직원의 사례를 들어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세계여성대회에서 제시된 해결책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유엔가입이 절실했던 때여서 유엔이 제시한 방향성은 국내 정치계나 여론이 적극 수렴했고, 이런 활동은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의 근간이 됐다.

전쟁 최대 피해자 여성, 성폭력 방지조치 必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여성운동을 이끌어온 이 회장은 일명 ‘여성 유엔총회’로 불리는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에서 진행된 ‘제5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에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한국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올해는 1995년 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통해 채택된 여성 권익향상 관련 국제사회 최초의 종합적 결의안인 ‘북경행동강령’ 채택 20주년을 맞아 ‘양성평등, 여성역량 강화, 여성·여아의 인권 실현을 위한 과제’를 의제로 진행됐다. 해당 행사에서 김 장관은 기조발제를 통해 “지금까지 여성에 대한 폭력근절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많은 발전과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여성과 아이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사에 동행했던 이 회장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시리아 난민 사태 등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대상자가 바로 여성”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전쟁 중 빚어지는 여성 성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만들고 여성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교육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한 명을 교육하면 자녀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효과적”이라면서 “세계평화를 위해 여성을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성부의 전신인 제2정무장관을 역임한 이연숙 회장은 한국에 여성인권 개념을 일깨운 주역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통일 머지않아… 통일기금 적극 준비해야 ”

6.25 당시 북에 언니를 두고 온 이산가족이기도 한 이 회장은 누구보다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한명이다. 다행히도 이 회장은 평양에서 의사로 일하는 언니가 면회신청을 해서 한 차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남한과 달리 의사임에도 노동자와 임금이 같아서 삶은 그리 넉넉지 않았다.

이 회장은 “언니를 만난 후 북한 공산체제를 너무 막연히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일은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김정은을 7년 동안 이웃에서 지켜봤다는 스웨덴 현지인을 통해 “김정은이 야외 파티를 즐기는 평범한 청년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면서 “가장 발달된 민주주의를 경험한 김정은이 머지않아 문호를 개방하고, 통일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 지금부터 통일 기금을 적극 조성해 독일처럼 통일 이후 세금으로 인해 국민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중 문화 지킨 힘 '어머니‘

이 회장은 “일제강점기 36년과 곧이어 일어난 6.25전쟁 중에도 한국인은 우리 문화를 잃지 않고 지켜냈다”면서 “우리 문화가 보존 될 수 있었던 중심에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를 지킨 어머니들이 있었다”며 여성의 힘을 역설했다.

그는 “한옥과 한식, 한복, 전통의술 등 우수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도 여성이 더 잘 할 수 있다”면서 한국문화 홍보에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전통의술인 침술을 배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한국 여성은 매우 진취적이고 실행력이 뛰어나 세계 여성단체들이 부러워하고 있다”면서, “여성운동의 후발 주자였던 대한민국이 세계여성운동의 중심국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약력
이화여대 졸
전 제2정무장관
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유엔한국협회 고문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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