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자전거 우선도로 운영구간. 관광버스가 차로를 가로막고 있어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 1200대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 운영 시작
숫자 늘리고 가볍게 제작, 이용횟수 4배 가까이 늘어
자전거 우선도로 운영 구간서도 자동차가 甲… ‘위험’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자전거’의 가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물어물하다가 큰일 나는 건 ‘저 사람’이 아니라 ‘자전거’였다.

21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시청, 경복궁, 인사동, 종묘, 명동, 남대문시장을 거쳐 다시 서울역까지 ‘따릉이’를 타고 직접 주행해봤다.

서울자전거 ‘따릉이’는 서울시의 교통체증, 대기오염,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사회 및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지난 15일 도입된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이다. 현재 여의도와 상암, 신촌, 사대문 안, 성수 등 5개 지역에 1200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전에도 서울시는 공공자전거를 운영한 바 있지만 저조한 이용률과 분실, 훼손 등으로 지난 4월 모두 철거했다.

서울시는 공공자전거의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 대수를 2배를 늘리고 자전거 무게도 21㎏에서 18㎏으로 줄였다. 대여소도 지하철 출입구, 버스정류장, 주택단지, 관공서, 학교, 은행 등 생활 내 통행 장소를 중심으로 설치했다. 이에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횟수는 평균 540회에서 2000회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한 대여, 가벼워진 자전거 무게, 시내 곳곳에 자리한 대여소 등 ‘따릉이’는 실용적이고 실속있게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온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 확충은 미흡했다.

서울역에서 시청으로 가는 길은 자전거도로가 없어 도로 주행이 원칙이지만 차량이 많아 인도로 주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좁은 인도 폭과 보행자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우체국부터 우측 도로를 이용해 자전거를 탔다. 그러나 5분도 지나기 전에 뒤에 오던 차량이 크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다시 자전거를 인도에서 끌고 갔다. 숭례문을 지나 도로에서 페달을 밟기 시작했지만, 정차를 위해 우측으로 진입하는 버스와 속도를 내며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시청을 지나자 관광버스와 택시 등 갓길에 서 있는 차량과 이동하는 차량이 섞여 도로 주행을 하기에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보행자가 많지 않아 인도 주행을 시도했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광화문 근처에서 ‘따릉이’를 타고 인도로 주행하던 이모(45, 남)씨는 “도로는 위험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없다”며 “자전거 우선도로 운영 구간이라는 표지판을 봤지만 도로로 내려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경복궁과 인사동, 종로까지는 보행자가 없어 인도로 달렸다. 그러나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행자전용도로에서 주행하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 3만원을 내야한다.

종로의 경우 곳곳에 ‘자전거 우선도로 운영 구간’이란 표지판이 크게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위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탑골공원 옆은 관광버스로 막혀 지나갈 수 없었고 택시 정차 구역과 겹치는 곳도 있었다. 명동과 남대문 구간은 상점에 상품을 납품하는 차량과 오토바이, 지나가는 차량 등이 많아 도로 주행이 불가했다.

최연호 서울시 공공자전거 팀장은 “자전거 도입과 함께 자전거 우선도로 운영 구간을 중심으로 50개 노선, 63.6㎞의 인프라를 구성했다”며 “구도심의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에 한계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의 자전거 배려 문화, 자전거 이용자의 교통 법규 준수 문화 등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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